최종편집 : 2024-03-29 14:47 (금)
달력
상태바
달력
  • 전민일보
  • 승인 2018.01.10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밑이면 달력을 큰 선물로 여긴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예전보다 달력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

스마트폰에 달력 기능이 있어 굳이 달력을 볼 필요가 없다.

나 역시 학교에서 만든 탁상용 달력외엔 달력을 거의 쓰지 않는다. 학교달력은 1년 치 학사 일정이 들어있어 쓸모가 있다.

최근 모 은행이 만든 달력이 이른바 ‘인공기 달력’이란 오해를 받고 있다. 보수정당 몇몇 의원이 문제로 삼고 대표가 불을 지폈다.

10월에 있는 이 그림을 보면 통일나무가 왼손에는 태극기를 오른손에는 인공기를 들고 있다. 나무 주위에 모인 어린이들은 활짝 핀 꽃처럼 웃고 있다.

모 은행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미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을 실은 것이다.

한눈에 봐도 남북통일을 염원한 어린이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모의원은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위치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은 같은 뿌리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현 정권에 아부하려고 이런 일을 은행이 벌였다고 치고 나갔다.

행간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씁쓸하게 색깔론의 돌연변이다. 인공기를 어떤 의도로 썼느냐가 문제이다.

문제를 제기한 당 대표는 작년 대선홍보물에 인공기를 썼다.

경쟁 후보 두 사람 번호에 인공기를 넣었고, 자기 번호에는 태극기를 넣었다.

한마디로 상대 두 후보는 빨갱이란 것이다.

어린이가 진보나 보수에 대해 알 리 없다. 케케묵은 색깔론을 억지로 덧씌우려 해도 북한을 찬양하려는 구석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려면 친구를 자기보다 높이 치켜세워줘야 한다. 친구를 진실하게 대하려면 친구를 한 몸처럼 대해야 한다.

함께 즐겁고 같이 즐거워야 마음이 통할 수 있다. 이것이 어린이가 꿈꾸는 세상이다. 동심이다.

흔히 어른이 없는 시대라 한다. 지난 정권에서 저지른 일을 보면 나라꼴이 엉망이었다.

1월에 있는 그림을 보면 청와대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시민과 “나라다운 나라”라는 펼침막이 눈에 띈다. 어린이 눈에 비친 나라 꼴이고 어른 모습이다.

그들은 나라다운 나라에서 뛰어놀고 먹고 자는 것이 꿈이다. 어른이 어른다운 나라에서 어른을 따르고 배우고자 한다.

그들은 어른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자기주장만 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네 생각이 빨갛다 파랗다 하면서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히지 않는 세상에 살고싶어 한다.

바다에 수많은 학생이 빠져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른 나라 국민으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순수한 동심을 비틀어 색칠을 빨갛게 하려는 어른이 없는 나라를 원한다.

어린이는 상상력이 무한하다. 통일나무가 태극기와 인공기를 함께 들고 꽃을 아름답게 피우는 세상을 상상했을 뿐이다. 머릿속에 종북이나 좌파란 이념이 없다.

북한이 저지른 무력시위를 어린이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볼 리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전쟁에 대한 공포를 무겁게 느낀다.

남북이 통일되어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그림에 담았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다. 어린이는 대부분 게임에 빠져있고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의 표상이라고 여기는 어른이 많다.

이 그림을 보고 은행을 탓하고 심사위원을 비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순수한 동심으로 봐야 한다. 그곳에 우리가 가진 그릇된 이념과 편견을 끼워 넣으면 안 된다.

지방선거가 반년 남았다. 여야 할 것 없이 6월 지방선거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다.

선거 때 집안에 있는 먼지까지 다긁어모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보든 별짓 다 해서라도 선거에 이기고 봐야 한다는 생각은 패망이 되어야 한다.

나이를 먹었다 하여 그냥 어른이 아니다.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 특히, 국정을 이끄는 어른은 더 높은 어른의식을 갖춰야 한다.

나는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이번 일로 상처를 입었을 동심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무릎을 꿇는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가는 한동훈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우진미술기행 '빅토르 바자렐리'·'미셸 들라크루아'
  • '여유 슬림컷' 판매량 급증! 남성 건강 시장에서 돌풍
  • 옥천문화연구원, 순창군 금과면 일대 ‘지역미래유산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