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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과 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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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과 새날
  • 전민일보
  • 승인 2017.12.29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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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겨울이 깊어간다. 서편 하늘은 노을 속에 잠기고 강물은 산 그림자를 싣고 멀어져간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지만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성 싶다.

하루가 지나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거듭하여 한 해가 지나간다. 시작할 때는 희망을 가졌는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아쉬움이 적지 않다. 후회없이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한 해의 끝 날에 닿으니 마음이 울적하다. 왠지 모르게 이상적인 꿈도 현실적인 꿈도 다 허사가 된 듯하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허송으로 보낸 것 같은 후회와 안타까움이 인다.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조금만 더 인내하고 노력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 흘러간 물이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지나간 시간 역시 되돌릴 수 없다. 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성 때문에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하다. 소중한 시간을 값있게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어찌하랴.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매듭이 있기 마련이다. 한번 지나가면 어느 것이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게 세월이요 인생이다. 서글픔이 앞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갇혀 산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시간이라는 명확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은 별 생각 없이 지나치지만 사실은 과학, 종교, 철학 등 모든 면에서 핵심적인 화두가 된다. 과연 이 시간을 개념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과거ㆍ현재ㆍ미래는 한 몸이며, 시간은 존재치 않는다. 시간이란 인간의 편리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매듭일 뿐이다. 하루를 스물 네 시간으로 묶고, 서른 날을 모아 한 달로 묶는다. 한 달 두 달이 열두 달이 되면 다시 한 해로 매듭지어지는 구조다. 그 한 해 한 해가 쌓여 사람의 인생을 이루지 않던가. 인간의 삶이란 시간의 끈을 씨줄과 날줄 삼아 엮어 나가는 매듭공예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인간은 흐르는 시간의 힘을 빌려 삶의 매듭을 만들어 살아간다. 일상 하나 하나가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것처럼, 작은 시간의 매듭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큰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만약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앞뒤 없이 밀려드는 시간의 홍수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부운(浮雲)처럼 떠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 24시간을 산다. 시간의 세계에서는 천재라고 해서 1분 1초 더 받는 것도 아니고, 바보라고 해서 덜 받는 것도 아니다. 또한 미래의 시간을 앞당겨서 쓸 수도 없다. 단지 지나가는 시간만을 쓸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간은 시간 속에 살다가 시간 속에 생을 마감한다. 시간은 모든 원료와 같은 것이다. 시간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시간이 없으면 모든 것이 또 불가능해진다.

이제 이틀 후면 2017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올 한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혁명으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경험했다. 탄핵과 별개로 국정농단 수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 후 검찰에 구속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촛불 혁명으로 5월 9일 ‘장미 대선’을 치른 결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을 선언했고, 검찰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각종 의혹을 파헤쳤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한반도에 집중됐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도발에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면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우려됐고, 한ㆍ중 관계는 사드배치 문제로 인해 갈등이 계속됐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세월은 간다. 속절없이 흘러간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힘든 건 서민들의 삶이다. 서민들은 경제적 추위, 정신적 추위, 영혼의 추위까지 감내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덧없이 흘러간 1년을 돌아보며 자신을 가다듬자.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출발선상에서 웅크리고 있듯 그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월의 강물은 덧없이 흐른다. 한 해가 지나면 다시 한 해가 떠오른다. 저무는 노을이 밤을 지나 다시 밝아질 새날은 반드시 온다.

신영규 한국신문학협회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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