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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야 할 한국인의 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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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야 할 한국인의 술 문화
  • 전민일보
  • 승인 2017.12.0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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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회식문화는 폭음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많다. 직장이든 어떤 모임이든 술 없인 판이 안 돌아갈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신다. 한국인의 피 속에 음주 가무를 즐기는 DNA가 대단히 발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물론 이런 문화를 근절하자는 의식이 예전보다 확산되면서 회식 때 술보다는 차(茶)를 마시자는 모임이나 문화생활을 하자는 직장인들의 움직임도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폭음하는 회식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요즘은 골드미스, 골드미스터들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혼자 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혼자 술을 마시는 습관은 알콜 중독을 초래하기 쉬우며, 혼자 술을 마시게 되면 대화 상대가 없어 술을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게 되고 쉽게 취하게 된다. 또한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먹고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오히려 잠을 빨리 깨워 불면증을 악화시키고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의 음주문화 중 술을 단번에 마시는, 원샷을 권하기도 한다. 또 술이 약한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거나 술자리를 즐기기 위해서 큰 잔에 많은 량의 술을 한꺼번에 마시게 하는 등 벌칙주(酒)로 변질하고 있다.

자신의 음주량과 상대방의 주량을 고려치 않고 억지로 술을 권하게 되면 쉽게 취하게 되고 결국 필름이 끊기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술을 잘 먹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럼에도 누가 먼저 취해서 떨어지는지, 누가 술이 더 센지, 밤새 술을 마시며 주량을 뽐내기도 한다. 참 미련한 짓이다. 자신의 주량을 믿고 폭음을 하거나 경쟁하듯이 마시기 보다는 분위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마시며 담소하는 게 지나친 알코올로 몸과 마음이 상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술에 취해 일으킨 일에 관해서는 아주 관대하게 처리해주는 것이 사회통념으로 되어 있다. 심지어 법원 판결에서도 형량을 감형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간혹 TV 뉴스를 보면 취객이 경찰지구대로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심지어 경찰에게 폭행까지 하는데도 이를 묵과하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취객이 경찰에 행패를 부리거나 폭행을 하게 되면 형사 범죄로 처벌 받게 됨은 물론 까딱하면 총격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이러한 음주문화에 대해 작년 초 카타르 민영 위성 TV 방송사 알자지라는 한국을 ‘세계 최악의 음주문화를 가진 나라’로 소개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방송에서 한국을 ‘알콜중독자가 많고 술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00억달러(23조9500억원)에 달하는 나라’로 설명했다.

알자리라는 영상에서 술에 취해 커피숍의 변기를 부여잡고 구토하는 20대 여성의 모습, 10여 잔의 폭탄주를 만드는 모습, 술집에서 술병을 들고 노래하는 회식자리 풍경, 술에 취해 차가 오가는 도로에서 위험하게 서성이는 행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국제적으로도 수치스럽다. 술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알코올은 특히 암 발병과 관련이 높다.

술을 하루 한 잔만 마셔도 식도암 발생 위험은 30%, 구강인두암 17%, 간암 8%, 대장암 7%, 유방암은 5% 각각 높아진다는 결과가 있다.

술을 많이 마시든 적게 마시든 안마시든 그것은 자기 자유다. 다만 술에 취해 꼬장부리거나, 주사를 하거나, 토하거나 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각종 회식자리에서 남에게 강제로 술을 권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 주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마셔야만 관계를 인정한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술을 먹지 않고도 얼마든지 친화력을 높을 수 있고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다.

술은 슬프거나 화날 때, 또는 기분이 좋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다. 과거에는 선비가 술과 풍류를 즐기는 것을 하나의 멋으로 생각했었고, 그 당시만 해도 예의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술 문화가 변질되면서 예의라는 것은 사라지고, 마치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이나 남자다움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온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모임이나 회식 등 술자리가 늘어난다. 함께 모여 한해를 정리하며 회포를 푼다는 의미는 좋으나 한국의 송년회는 아직도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주의할 점은 폭탄주 돌리기, 음주 강요하기, 2∼3차 가기 등인데, 이러다 보면 각종 음주관련 사건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제는 이런 악습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적당한 양의 술은 친목 도모에 좋지만, 폭음을 부르는 경우가 다반사라면 연말 모임의 좋은 취지도 무색해진다.

우리 모두 책임 있는 음주문화를 정착시켜나가자.

신영규 한국신문학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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