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탈한 일부 수험생 PC방 기웃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상황으로 지역사회 곳곳이 크고 작은 혼란을 겪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때 아닌 하루짜리 방학을 덤으로 얻는가 하면 곳곳에서 성형수술이나 여행 등 수능 뒤로 예약했던 일정을 취소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도내 곳곳 PC방과 만화카페, 노래방 등은 갈 곳 없는 학생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전주시 삼천동에 위치한 한 대형 PC방은 입구에서부터 학생들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100대가 넘는 컴퓨터 모니터 앞은 이미 게임을 하러 온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PC방에 있던 한 학생은 “사실 고3 수험생인데 뭔가 마음이 뜨고 억울한 마음도 들고 해서 공부가 잘 안 되길래 친구들이랑 딱 두 시간만 게임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독서실로 들어가려고 한다”며 “포항에 있는 수험생들은 아마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 같아 이 상황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PC방의 직원은 "평소 이 시간에는 일반 손님도 거의 없는데 수능으로 학생들이 쉬어서 그런지 오늘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면서 "학교가 일찍 끝난 전날에도 평소보다 손님이 7~8배 많았다"고 전했다.
전주시 덕진동의 한 만화카페, 노래방에도 이날 오전부터 학생 수십 여 명이 다녀가는 등 휴교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이른 시간부터 친구들을 만나 하루짜리 휴가를 즐겼다.
그런가하면 이날 도내 치과, 안과, 성형외과, 여행사 등 일정을 미리 잡아둬야 하는 업체들에는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 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전주시내 한 안과 관계자는 “수능 끝나는 일정에 맞춰 쌍커풀 수술을 예약한 학생들이 많이 있는데 일정을 미뤄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행사 대표는 “(시험 후)보상 차원에서 주말을 끼고 가까운 해외로 나갔다오려고 미리 여행 일정을 잡아둔 학생들이 시험 때문에 갈 수 없는 상황인데 보상이 안 되느냐고 울상이다. 이런 변수까지 미리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만큼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서신동의 한 독서실 총무는 “수능 연기 소식이 들린 직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독서실 사용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전화를 걸어오는가 하면 뺐던 짐을 다시 그대로 들고 와 바로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지난밤에 버린 책을 줍기 위해 다시 아파트 쓰레기장에 갔다가 괜히 멘붕이 와서 울었다’,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을 양도합니다’, ‘수능 때문에 생리 일정을 맞춰놨는데 피임약을 더 먹어야하는지 고민’이라는 등의 수능 연기와 관련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지선기자
저작권자 © 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