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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와 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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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와 다산
  • 전민일보
  • 승인 2017.11.0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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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저서는 모두 몇 권인가?

다소 엉뚱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시험에나 나올법한 문제이다. 그러나 위 문제는 엄연히 행정고시 한국사 기출문제이다.

이희승의 ‘딸깍발이’라는 수필이 있다. 딸깍발이는 신이 없어 마른 날에도 나막신을 신고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위 수필에서 청렴한 선비로 등장하는 주인공 ‘남산골 샌님’(샌님:보수적이고 고루하여 융통성이 없는 사람)의 별명이다.

그는 몰락양반으로 과거에 합격을 못하고 경제적으로 곤궁하다.

겨울에는 땔감이 없어 방안에서 오들오들 떨며 “요놈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 년 봄에 두고 보자”라고 이를 간다.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는 속담처럼 곤궁해도 구차하게 체면 깎일 일을 하지 않는다.

재물을 탐하지 않고 청렴과 대쪽 같은 지조를 지닌 옛 선비의 모습이다.

물론 오늘날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고지식한 꼰대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딸깍발이의 정신이 사육신(死六臣), 삼학사(三學士), 포은 정몽주, 의병장들의 정신(精神)이라고 한다. 곧 청렴과 강직이다.

전라북도는 ‘자존의 시대’를 선포하였다.

윤홍균은 그의 저서 ‘자존감 수업’에서 “진짜 행복은 자존감에서 나온다. 건강한 자존감이야 말로 요즘처럼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할까? 필자는 자존감을 높이는 필수요소 중 하나가 “청렴”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자기 자신과 신(神)은 못 속인다. 청렴하지 못한 자존은 교만이다. 이러한 사람은 부정한 富, 헛된 명예로 보상받으려 하다가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

전라북도의 공직자들이 딸깍발이 정신을 본받아야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서 수필속의 딸깍발이는 ‘책임감과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결혼을 하였다면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고생하는 아내를 배려한다면 추운 겨울에 밖에 나가서 땔감과 식량을 구해 와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 공직자들은 가정과 국민에 대해 책임감과 배려가 있는 딸깍발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공직자 중 한명이 다산 정약용이다.

기나긴 유배생활에도 곤궁에서 벗어나기 위해 권력자들에게 굽히거나 아부하지 않았고, 백성들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았으며 그들을 진정 사랑하여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집필에 몰두했다.

그의 저서 목민심서 율기6조 청심편에 염자목지본무(廉者牧之本務) 즉 ‘청렴은 목민관의 근본이 되는 임무’라고 훈계하고 있다.

18년간의 유배생활에도 청렴과 강직, 애민정신으로 살았기에 다산은 정승·판서관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가장 위대한 학자요 귀감이 되는 공직자이다.

참고로 글 첫머리 문제의 정답은 500여권이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산의 정신을 기억하라는 것이 문제 출제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박용준 전북도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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