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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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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 전민일보
  • 승인 2017.11.01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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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심수관, 그의 선조(先祖) 심당길은 1598년 박평의와 함께 남원 근처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된다.

이때 납치된 40여명의 조선인 포로는 일본 문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다.

우리는 지금 심수관만 기억하지만 당시 납치된 조선인 포로 후손 대부분이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조선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도고 시게노리(東鄕武德)다.

그는 2차 대전 말기 일본 외무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본명은 박무덕, 바로 박평의의 후손이다. 박무덕은 왜 오랜 시간 지켜온 조선인의 전통을 포기하고 도고 시게노리가 된 것일까.

심지어 그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에게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언젠가 TV에서 본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인상 깊게 남아있다.

재일교포 문제를 다룬 다큐였는데 등장하는 인물이 3대였다. 말은 물론 정체성까지 완벽한 한국인인 할아버지, 말은 일본어를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말과 행동은 물론 정체성까지도 완전한 일본인인 손자의 얘기였다.

그 중 잊을 수 없던 장면은 한일전 축구경기를 보던 손자의 반응이었다. 그는 일본팀의 골에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보였고 한국팀의 골에는 비장한 울음을 보였다.

피디와 어렵게 인터뷰한 그 손자는 이런 말을 남기고 카메라를 떠났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 누가 나를 한국 이름으로 부르면 더 이상 대답하지 않겠다. 난 일본인이다.”그것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모르게 일본에 귀화를 신청하고 나오며 그가 남긴 말이었다.

박무덕, 아니 도고 시게노리가 그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나는 그의 선택을 비난하고자 얘길 꺼낸 것이 아니다.

국적 선택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도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권리다. 그가 도고 시게노리와 같은 침략전쟁의 책임 당사자가 아닌 한 우리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여기 또 하나의 얘기가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화교 오누이의 얘기였다. 그들이 대만에 가면 그곳 학생들이 묻는다고 한다. “대만과 한국이 축구를 하면 어디를 응원하는가?”

그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그 질문은 우리도 많이 들어본 내용 아닌가. 그들은 한국 취재진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박지성을 알지만 대만의 축구선수는 누가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와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의 아이덴티티는 같은 영역에 속한 문제다.

이규경(李圭景)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이런 얘길하고 있다.

“상고하건대, 대마도는 본시 신라(新羅)의 판도(版圖) 안에 들어 있었으므로 시조왕(始祖王) 혁거세(赫居世) 시대에 대마도 사람 호공(瓠公)이 신라에 와서 벼슬하였고, 그 뒤에는 이내 비워 두었었는데, 진 안제(晉安帝) 의희(義熙) 원년(405), 즉 신라 실성왕(實聖王) 4년에 왜인(倭人)이 대마도에 병영(兵營)을 설치하면서부터 대마도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대마도주의 성은 본시 종(宗)이었다가 지금은 평(平)으로 고쳤다. 그러나 대마도에서는 종성(宗姓)으로 칭한다고 한다.”그는 또 이지봉(李芝峯)의 [지봉유설(芝峯類說)]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는 ‘대마도주 종성장(宗盛長)의 조상은 본시 본국(本國)의 송성(宋姓)으로 대마도에 들어가 도주(島主)가 된 뒤에 종성(宗姓)으로 바꾸어 전수해 왔는데, 평수길(平秀吉)이 이를 멸망시키고 평의지(平義智)를 도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의지(義智)의 본성(本姓)이 종이므로, 아무리 평성으로 고쳤다고 하나 종성은 그대로 있는 셈이니, 종성이 아주 멸종된 것은 아니다.”

이 말대로라면, 대마도에 대한 영토적 종주권은 물론 그곳의 실질적 지배자 역시 한국에서 건너간 인물이란 얘기가 된다. 나는 대마도가 한국 영토라는 얘길 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땅이 아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아이덴티티에 우선 할 수 있는 그 어떤 권리도 없다. ‘나는 한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그가 어디에 있든 어떤 피부색이든 그는 한국인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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