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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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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요법
  • 전민일보
  • 승인 2017.10.1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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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외출을 나섰더니 길에 자동차가 꽉 찼다.

앞차와 차간거리를 좀 두었더니 옳다구나 하고 웬 시커먼 그랜저가 깜빡이도 넣지 않은 채 끼어든다. 조금 멈칫하는 사이 회색 모닝차도 끼어든다.

“저런, 시-.” 욕이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것을 바듯이 참았다.

그 대신 “하 하 하”하고 소리 내어 헛웃음을 쳤다.

‘그럴 수도 있겠지. 출근길이 얼마나 바쁘면 그러겠나. 나야 출근할 직장도 없는 처지인데, 내가 양보해야 하지, 암.’

끼어들기를 허용하지 않으려면 적정한 차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앞차를 바짝 쫓아가야 한다.

앞차가 급정거할 때 브레이크라도 제때 누르지 못하면 앞차 꽁무니를 들이박게 된다.

대뜸 쏘아보는 젊은이의 눈초리, ‘영감님이 뭐가 바빠 그리 운전하느냐?’고 힐난하는 게 역력하다. 나는 이러는 게 너무 싫다.

어린 사람에게 사과하느니 차라리 운전대를 놓고 말지.

아파트를 나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한눈을 팔았다. 뒤에서 빵빵 클랙슨을 울려댄다. “아이, 시-” 또 혈압이 오른다. 이내 ‘하하’소리를 내며 진정한다. 이 하하 요법이 효과가 크다.

며칠 전 친구 셋이서 조찬을 했다. 서로 바쁜 일이 있다 하여 매월 정한 날 7시에 아침 식사를 같이 하고 있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비우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맨손으로 나가기가 뭐해 동인지와 지인의 시집을 준비했다. 휴대폰과 수첩을 넣어둔 손가방을 식당에 놓아둔 채 그냥 나왔다.

집에 와서야 깨닫고 ‘아이고 이놈의 건망증, 치매 전조는 아닌가.’ 구시렁대며 심란해 하였다. 이때 번뜩 떠오른 생각, 하하 요법이었다.

‘하, 하, 하. 그럴 때도 있지. 다시 돌아가 찾아오면 되지 뭘.’휘파람을 날리며 부리나케 찾아갔다. 찜찜한 기분이 사라졌다.

판사 출신에다 미국에서 국제변호사로 활약한다는 K모 변호사를 TV에서 자주 보았다.

그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피청구인 측 대리인 자격으로 법정 모독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서는 참가자들에게 불법행동을 선동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그가 유명한 소설가 김 아무개의 아들이라는 데, 더 화가 났다.

“저런, 저….” 혈압이 오르고 뒷골이 뻐근했다. 나는 순간 눈길을 TV화면에서 돌리며 ‘하하하’하고 소리쳤다. 바로 ‘하하 요법’이다.

‘그래,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지. 어느 심리학자의 표현대로 관점이 다를테니까.’

내 설명을 들은 아내는 날 보고 밸이 없느냐며 불평을 한다. ‘하하,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도 있지.’

그렇지만 하하 요법을 널리 홍보하고 싶지 않다. 나만의 건강 비법인데다, 어떤 이는 아내처럼 꼬집어댈 테니까.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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