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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 문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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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 문화 아직 '멀었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10.11 0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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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 임산부의날-현장속으로]

 
10월10일 임산부의 날. 전주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들어선 차량이 다른 보통의 차량처럼 평범한 주차공간에 주차를 마쳤다. 다만 이 차량에서 내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임산부였다. 그녀는 커다랗게 부푼 배를 한 손으로 받쳐 들고는 낑낑거리며 옆 차 ‘문콕(차 문으로 옆 차량을 찍는 행위)’을 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 끝에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아직 마트에 들어서지도 못했지만 벌써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살짝 지친 기색이었다. 그녀의 차량 앞 유리에는 전주시 보건소에서 받은 임산부 주차스티커가 부착돼 있었지만 정작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은 이미 다른 일반 차량들의 차지였다.
 
전주시 효자동에 사는 이 여성은 “몇 달 전만 해도 이게(주차한 차에서 내리는) 괜찮았는데 점점 배가 많이 불러오니까 좁은 차 사이로 나가는 일이 어려워진다”라며 “몸이 불어나 힘이 들긴 하지만 꼭 가야 하는 곳은 안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하는 남편을 매번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어 운전을 하고 나오는데 오늘처럼 임산부전용주차공간이 다 차있어서 이렇게 힘들게 차 사이를 나와야 할 때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마트는 어떻게든 차를 댈 곳이라도 있지만 주차공간이 부족한 공공기관 주차장에서는 이런 경우가 더 심하다. 임신하기 전에는 장애인주차구역 같은 특수주차구역이 크게 중요한지 몰랐었는데 내 몸이 불편해지다보니 그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도내 곳곳의 다중이용시설과 공공시설에는 분홍색으로 그려진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은 여전히 안일해 보인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가 지난해 발표한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설치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215개의 다중이용시설 및 공공시설 중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이 설치된 곳은 9.3%인 20곳에 그쳤다. 타고 내리기가 어려운 임산부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은 일반 주차면에 비해 넓어야 하지만 일반주차면과 동일하게 만들어져 무늬만 임산부전용주차구역인 곳도 더러 있었다. 이런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실태는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시민들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급하다는 이유로 또는 잠깐만이라는 핑계로 임산부 전용주차장을 사용하는 일반시민들의 행위가 큰 맘 먹고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은 임산부 운전자들에게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정부가 많은 예산을 부어 생애주기별 출산장려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임산부에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관심과 배려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주차구역 뿐 아니라 임산부를 배려하는 ‘임산부 배려업소 착한가게’도 점차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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