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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와 ‘외로운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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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와 ‘외로운 개인’
  • 전민일보
  • 승인 2017.10.1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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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상 최대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호텔 옆 광장의 콘서트장에는 2만2000명이 운집해 있었고, 가해자인 패독이라는 사람은 호텔 32층 자기 방에서 자동기관총으로 운집한 군중을 향해 10~15분간 총격을 가했다고 한다.

이번 사고로 사망자는 59명, 부상자는 527명이나 된다. 테러 조직과 연관이 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아직 어떤 이유인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범행자는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콘서트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59명의 사망자들은 총탄을 맞고 끔찍한 고통 속에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이 보다 더 야만적인 현장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이번에 발생한 LA 총기난사 사건의 범행자인 ‘외로운 늑대’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늑대까지는 아니어도 ‘외로운 개인’들은 넘쳐나고 있다. 외로운 개인들은 끝내 고독사를 선택하는데 그 숫자가 심상치 않다. 2013년 한 해에만 무려 1700여 외로운 개인들이 고독사를 맞았다는 통계가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독거 생활자 비중이 늘어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단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결혼하지 않은 독신생활자나 이혼자가 늘고 있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주 등으로 혼자 사는 주말 부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450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5%를 차지하며, 202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독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매우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관계 단절이 계속되면 고독사와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간관계의 단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직장이 사라지면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이 있는 한 고독사는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인간관계의 단절은 직장만이 아닌 가족 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고독사를 맞았던 대부분의 외로운 개인들은 그러한 가족들마저 없었다는 말이 된다. 더 정확하게는 가족은 있었지만 찾지 않고 만나지 않던 사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가족들의 관계 단절은 효도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효도라고 하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부모의 자식사랑과 자식의 부모공경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효도이다.

우리나라의 명절은 그간 가족 간의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큰 역할을 해왔다. 직계라 할 수 있는 부모 자식 손자 간에만 만나는 것이 아닌 일가친척과 고향 어른들을 찾아뵙는 풍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한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가친척이 아닌 부모 형제간의 만남으로 축소되어 가고 있다. 이번에 긴 연휴의 풍경은 그마저도 해외로 여행간 사람들이 넘쳐나면서 쓸쓸한 추석명절을 보낸 늙은 부모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10일 간의 긴 연휴였지만 추석 전날과 특히 추석 당일에 가장 많은 차량이 움직였다는 보도는 서울 경기에 사는 자식들이 부모를 찾았지만 단 하룻밤만 고향에 머물렀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다시 양로원의 풍경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명절에 어느 집 자식은 용돈과 선물을 얼마나 주고 갔는지 자랑이 늘어지기도 하지만 자랑꺼리가 없는 노인들은 양로원 가기가 꺼려진다.

괜히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더 아파져서 양로원을 가지 않고 만다. 그런가하면 언제 취직하는지 언제 결혼하는지 대답하기 어려워서 고향을 찾지 못하는 나이 든 젊은이도 수두룩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용납하지 않겠다하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중국 인도에 밀려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간의 임금격차가 너무 커서 대부분의 젊은 근로자가 상실감에 빠져 있다. 게다가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에 나선 가계들은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종합해 볼 때 1998년 IMF 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세계 금융 위기에 이어, 또 다시 10년 만에 강력한 경제 위기가 찾아온다는 전망은 속설이 아닐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외로운 개인’들이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고독사를 맞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임은 두 말할 나위 없겠다. 효도란 바로 이것이다.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을 확대하는 것, 가족을 넘어 일가친척의 보살핌을 되살리는 것, 더 나아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가 될 것이다.

필자는 효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시민단체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도내 초중고 학교로 효지도사를 보내 강의를 하게하고 지자체와 협력하여 효자상 효부상을 수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효 골든벨을 통해 효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교육기관이나 지역사회가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성산효대학원대학교가 있어 효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동시에 효학에 관한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적 관심 역시 부족하다. 진정한 효도 문화를 확산시킨다면 인간관계의 단절을 화합으로 끌어낼 수 있고 외로운 늑대와 개인 모두 사라지게 할 것이다.

조성희 전북효문화연구원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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