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은 전북을 떠나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 했다. 한해 10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관광지 전주 한옥마을의 위상은 전주와 전북의 큰 자랑이자,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전통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젊은 세대들이 주로 한옥마을을 찾는다는 점이다. 전통과 젊은층의 만남이 어색해 보이지만, 한옥마을에서는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으니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요즘 주말에 한옥마을 가보면, 젊음과 문화를 향유하는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는 분위기다. 한옥마을 속에서 젊은 층의 또 다른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나이가 지긋한 분들도 적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젊은층의 관광객이 주를 이루기에 ‘한옥마을 시즌 2’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층의 트렌드 변화는 아주 빠르다. 그들에게 한옥이라는 전통이 새로움과 신선함으로 다가왔기에 한옥마을이 성공할 수 있었다.
인사동의 교훈을 우리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02년 국내 첫 문화지구로 서울 인사동 거리가 지정됐다. 외국인들은 서울에서 오면 무조건 인사동을 찾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문화의 거리로 유명세를 탔다.
인사동 골목의 터줏대감은 고미술품을 거래하는 골동품 가게들이었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가게도 적지 않았다. 이후 화랑들이 들어서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면서 문화거리의 위상을 갖췄다.
하지만 인사동 거리가 퇴색의 길을 걷고 있다. 인사동만의 특징을 잃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강남 못지 않은 높아진 임대료에 먼저 자리를 잡았던 상인들은 떠나고, 그 자리에 화장품과 카페, 유흥업소 등이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서울시가 입점 업소를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었지만 처벌기준 등이 없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막을 방법도 없다. 한옥마을 정체성 논란과 모든 면에서 흡사한 상황이다.
전주 한옥마을도 언제부터인가 정체불명의 먹거리가 판매되고 있으며, 카페와 먹거리 위주로 한옥마을 거리를 채워지고 있다. 전통과 현대미의 조화라기 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먹거리골목으로 변해가는 모양새다.
인사동의 가치와 미래의 고민이 지금 전주 한옥마을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옥마을은 전주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곳으로 손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옥마을을 보기 위한 방문목적이 아닌 먹거리 체험을 위해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식상하기 마련이다. 전통을 버리고 상업화가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한옥마을’의 정체성은 더욱 퇴색될 수밖에 없다. 사실 전주시민들은 한옥마을 잘 가지 않는다. 표면적인 이유는 사람이 너무 많고, 교통도 막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시민에게 한옥마을은 그냥 유명한 관광지일 뿐이다. 지역민이 외면하는 관광지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전주 한옥마을 시즌2는 이런 관점에서 지역민과 호흡하는 전통문화의 거리로 만들어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일부 상인들의 돈벌이를 위한 전통문화거리가 아닌 전주시민과 전북도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지역민이 소중하게 여기고, 자부심을 느낀다면 연간 관광객 1000만명 이상의 위상은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한옥마을이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한옥마을이 전주시민과 함께 호흡할 때, 한옥마을 시즌2가 성공의 길을 걷는 것으로 믿는다.
백영규 전주시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