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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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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 전민일보
  • 승인 2017.09.2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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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발언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이며 그것을 전제로 대화에 나서야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전제로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청와대에서는 교수로서의 개인적 의견이라 말한다. 그럼 특보라는 직함은 무엇인가. 그가 김정은을 대상으로 상정한 ‘참수작전’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도 개인적 의견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얘기에 공감하는 바 있다. 궁금한 것은 그가 정확히 어떤 위치에서 말하고 있는 가에 대한 물음이다. 특보로서 말하는 것이라면 당당히 밝히는 것이 옳다. 만일 그렇지 않고 교수로서의 개인 의견이라면 그는 특보에서 물러나야 맞다.

적잖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북한 핵은 미국으로부터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정말 그런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분명 많은 한계를 가진 불완전한 조약이다. 이른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개국에게만 보유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예외적 경우다. 그리고 이제 북한이 거기에 포함되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NPT체제가 가지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가지는 이른바 전단위거부체제는 국제질서의 무정부상태를 의미한다.

알카에다와 같은 단체가 핵무기를 테러에 이용할 수도 있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 NPT체제가 비록 불완전하지만 그 존재를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다.

핵무기가 실전에 사용된 것은 단 두번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 이후로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하지 않았다.

핵 보유국이 비보유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NPT체제의 전제다. 그 원칙이 깨지는 순간 NPT체제는 붕괴하게 된다.

누구 말대로 포클랜드 전쟁은 핵 비보유국인 아르헨티나가 핵보유국인 영국을 상대로 선제 공격한 사건이다. 그가 이것을 예로 든 것은 북한의 핵 보유가 그렇게 커다란 공포가 아니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초점이 잘못 됐다.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한 패배를 안긴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패전을 감수했다.

그것은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에서 비참한 패전을 당하던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프카니스탄 무자헤딘은 사로잡은 소련 병사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돌려보냈다.

그런 가운데도 결코 핵무기 사용을 운운하지 않았다. 중국 역시 선제 핵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을 포함해 그 어떤 핵무기 보유국가도 공공연히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은 어떤가. 그들은 유일하게 핵 선제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그들이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곳은 남조선도 예외가 아니다. 미제가 강점한 남조선을 해방시키겠다는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핵으로 현실화하겠다고 공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를 한 번 순회하고 한국군은 현무 미사일을 발사해 강한 경고를 보낸다고 한다. 그것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가.

“풀뿌리를 캐먹는 한이 있어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상대에게 한국은 대응과정에서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걱정만 하고 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 하나 건설하는 문제를 가지고도 극단적인 갈등을 기회비용으로 지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미국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대한민국에겐 정말 위협이 되지 않는가.

페리클레스가 이끌던 아테네의 황금기는 그의 사후 붕괴한다. 민주적이고 부강한 아테네는 전제적이고 소수에 불과한 스파르타에게 왜 패배했는가.

내가 진정 혐오하는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피로써 지켜온 민주주의가 봉건적 전제주의의 위협 앞에 서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우리는 미제국주의에 대해서 그랬듯 중화제국주의의 망령에도 결연히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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