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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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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실화입니다”
  • 신성용 기자
  • 승인 2017.09.20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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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춘(익산소방서장)

이게 실화입니까?”

최근 10년 동안 사망한 순직자수가 51명에 달하고 각종 참혹한 현장을 수습하면서 생긴 트라우마에 의해 자살한 사람 수가 순직자보다 많은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화입니다

심리질환율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10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2%의 국가직이 98%의 지방직을 관리하는 기형적인 조직이 있는 것 또한 실화입니다

빌 브라이슨이라는 진화생물학자가 당신 한 사람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당신의 친가와 외가의 선조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짝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자손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며, 또한 어느 누구도 싸움이나 병으로 일찍 죽지도 않고, 물에 빠지거나 굶거나 길을 잃고 헤매다 죽어버리지도 않았으며, 방탕에 빠지거나 부상을 당하지도 않았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짝을 찾아 유전물질을 전해주어 당신의 존재를 있게 했다고 한 인간의 소중함에 대해 말했다.

이렇게 소중한 한 인간의 생명이 또다시 허무하게 사그라졌다.

지난 17일 새벽, 강릉시의 화재현장에서 낡은 정자가 무너져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또다시 순직했고 19일에는 이들을 영원히 보내는 영결식이 강원도청장으로 치루어졌다.

영결식장에서 울부짖는 유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 인지를 제대로 표현한 오래전 읽은 책에서 본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의 말이 생각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영결식에 높으신 분들이 참석하고 유족을 위로하고 앞으로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앞 다투어 얘기하지만, 실제 소방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여긴 죽어야 관심 받는 분야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높은 분들이 잠깐 관심을 보이는 척 한 것이 십 수년이 되었고, 가끔씩 선심 쓰듯 예산과 인력을 찔끔 지원하다 잊혀 질만 하면 도로아미타불 되어버리곤 하지요

지금까지 10년 동안 50여명이 넘게 소방관이 순직하였지만 잠깐 동안 관심을 받다가 잊혀지기를 반복해서 생긴 소방관들의 자괴감 때문이다.

또다시 소방관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자괴감이 들게 만드는 일이 되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희생된 직원들의 피로 소방조직의 문제점이 잠깐 수면위로 올라왔다가 잠수하는 일이 반복되게 생겼다는 말이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그렇지만, 일단은 대통령과 장관 등 높으신 분들이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고 관심을 보였으며, 실제 국회에서도 소방관의 국가직화 전환을 담고 있는 소위 소방관눈물 닦아주기 법안인 소방공무원법이 잠자고는 있지만 상정은 돼 있다. 소방기본법 등에 화재진압 인명 구조 등에서 발생되는 어쩔 수 없는 피해에 대해서 민·형사상 면책조항이 담겨 있어 우리는 일말의 기대를 현재까지는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들이 하루빨리 통과되어 실행됨으로써 이번만큼은 직원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희생이라는 말을 사전에서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이라고 되어있다. 우리 소방관이 해석하는 사전에서의 다른 사람이란 곧 국민이요, 어떤 목적이란 국민의 안전이라고 우리 소방관들은 굳게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슬퍼할 시간도 없이 오늘도 119의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을 향해 달려간다.

이번 실화입니다도 소방관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된 것이다. 즉 소방관의 안전이 국민의 안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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