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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심어 가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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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심어 가꾸었나
  • 김민수
  • 승인 2007.09.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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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심어 가꾸었나

남상훈 
민주평화자문회의 완주군협의회장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산과 들엔 온통 추수할 것들이 많다. 열매를 맺는 나무는 풍성한 열매로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나름대로 한해를 결산한다. 들녘엔 농부들의 바쁜 손길이 추수하느라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지 도 모른다. 봄부터 논과 밭을 돌며 부지런히 씨를 뿌려놓았으니 가을이 되어 그래도 거둬 드릴게 많아 다행이다.

나는 내 삶이라는 텃밭에 무엇을 심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가며 잘 가꾸었는가. 언제나 가을이면 “많은 씨를 뿌린 자는 많이 거두고 적게 뿌린 자는 적게 거두어드린다”는 어김없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게 된다. 그런데도 살아오는 동안 어느 한곳, 제대로 씨앗을 뿌리지도 가꾸지도 못했음을  돌이켜 반성하기보다 일상의 부족함을 투정으로 일관했던 자만[自滿]이 부끄럽다.

언제, 어디에 씨를 뿌렸고, 추수해야 할 밭은 어딘가. “밤은 밤나무 밑에 가야 줍고 상수리는 상수리나무 아래 가야 줍는다” 상수리를 줍겠다고 소나무 밑에 가서 아무리 헤매봐야 헛수고만 할 뿐 평생 얻을 게 없다. 좋은 농부는 씨를 뿌려야 할 곳과 거두어 드릴 시기[時機]를 바로 안다. 

 씨를 뿌리기 위해선 먼저 밭을 비워야 한다. 묵은해의 농작물을 걷어 내고 땅을 갈아엎어, 새찬 겨울 추위와 눈 속에 마냥 속살을 내보여야 한다. 그래야 씨를 뿌릴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된다. 지난해의 마른 곡식 줄기를 그대로 밭에 두고서는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린다해도 곡식이 제대로 자랄 리가 없다.

 철지난 나뭇잎은 새로운 결실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들은 자기가 태어난 자연의 일부인 대지에 훌훌 옷을 벗어 던진다. 그리고 썩어져 다음해의 틀실한 결실을 맺을, 좋은 토양을 만들어 간다. 자연은 버림으로서 더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심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황폐하게 한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고” 채울 수 없다는 것은 “곧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명예나 권력에 대한 미련과 재물에 대한 탐심이 버리는 것을 인색하게 한다.

 "많은 것을 버릴 줄 아는 용기는 가장 많은 결실을 얻는다"는 진리를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나무들이 대지에 훌훌 낙엽을 벗어 던지듯 일상의 생활에서 갖는 미움과 질투, 시기하는 마음을 버릴 줄 아는 아량과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악한 생각이나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벗어나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권력이나 명예, 물질로부터의 겸손함을 의미한다.

씨는 생명이다. 그러나 씨앗 그대로 있으면 삯을 띄울 수 없다. 땅이 있어야 한다. 땅은 비옥한 땅도 있고 메마른 땅도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자기라는 삯을 위해 비옥하고 기름진 땅만을 고집하며 메마른 땅을 마다한다. 그러나 황폐하고 메마르다 해서 씨뿌리기를 주저하거나 씨앗을 그대로 썩히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좋은 이웃은 자기의 삶을 가꾸고 윤택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토양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 자기 몫의 삯을 띄우려고 만 들지 도무지 자신이 주변사람들을 위한 좋은 토양이 되기를 거부한다. 한 알의 밀알보다 밀알이 떨어져 삯을 띄울 수 있는 기름진 한 줌 옥토가 아쉽다.

생명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주변의 토양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토양이 병들어가고 있다. 각종 범죄가 판을 치고, 도덕과 윤리가 실종 된지 오래 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토양은 준법환경이다. 그러나 평소 주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던 유명인사들 까지도 어떤 검색의 자[尺]에 비춰지면 오히려 더 많은 부정과 부패, 위법과 탈법과 편법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절망감을 느낀다. 이런 토양에서는 씨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거둘게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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