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108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출산율을 높이려 애써 왔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35개 OECD국가 중 최하위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25국가 중에서 220위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신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명 밑으로 떨어진 18만 8400명인데 이는 작년 상반기의 21만 5100명보다 2만6700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신생아 수는 정부가 예상했던 숫자보다 최대 8만명쯤 줄어든 36만명 정도인데 당초 올해 출산율 1.14명보다 훨씬 적은 1.07명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저출산은 초등학교 취학 아동수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교대생들의 취업까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성장률 저하 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최저임금 인상, 아동수당, 기초연금 증액,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가계에 직접 돈을 주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주관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과정 이행비용으로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나랏돈의 씀씀이를 줄이고 부자증세로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부자증세로 5년간 23조 6000억원이 증가할 뿐 뚜렷한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태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복지의 증가로 씀씀이가 커지고 있으므로 추가증세가 없으면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새로운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말하면서 일자리가 늘어야 출산이 늘 것이라고 하는데 물론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면 출산이 늘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출산 장려정책인지 의문이 든다.
출산을 위해서는 일자리와 함께 주거, 육아, 보육, 교육 등 종합적인 사항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 비용뿐만 아니라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드는 교육제도 아래에서는 아이를 낳고 기를 수가 없다.
이명박 정권이 운하를 거론하다가 4대강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4대강 사업은 홍수 조절이 가능하고, 수질이 개선되고, 용수가 확보된다며 막대한 돈을 들여 사업을 벌였다.
수십조 원의 돈이 투자된 것에 비하면 홍수 조절 기능이나 용수 확보에는 약간의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수질개선에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새 정부의 출산정책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육아, 보육, 교육 등을 고려하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세수가 부족할 때마다 초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한다면 조세의 불공정성이 생길 것이다. 조세 정책은 형평성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게 되면 심각한 조세 저항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소득자들이나 대기업에 대한 부자세에 의해 임시방편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것이 아니라 독일이나 프랑스 같이 국민 모두에게 많이 벌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해 실질소득의 격차가 크지 않는 조세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실질소득의 격차가 적어진다면 출산뿐만 아니라 대입 및 고입에 대한 입시정책도 올바르게 수립할 수 있을 것이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따른 양극화 해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 조세제도의 근본적인 세제 개혁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류정수 시민감사 옴부즈만·공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