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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못다 부른 노래 - 최우혁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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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5  10: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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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지 않은 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9월 2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묘지.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김근태 의장 등 수많은 민주노동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내 벗 안치웅과 조정식이 누워 있기도 하다.

후배 최우혁의 30주년 추모제를 위해 가족들과 유가족협의회, 대학 동료 후배들, 학회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최우혁’

나는 그를 직접 본 기억이 없다.

아니 대학 2년 후배인 우혁이가 서양사학과, 내가 국사학과니까 학교 건물 복도나 어느 시위현장에서 부딪쳤겠으나 잘 기억 못할 지도 모른다.

그가 군대에서 감시와 탄압을 견디다 온몸으로 저항하며 스스로 몸을 불사른 87년 9월, 나는 두 번째 감옥살이를 하고 있었다.

87년 6월 항쟁의 힘으로 23살 우혁이가 좀 더 버텼더라면 짧은 단발머리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사진 속의 우혁이는 아마도 우리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아랫배도 조금 나왔을 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은 오랫동안 의문사로 남아 있다가 아주 한참 지난 후에야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활동을 통해 세상에 진실을 드러냈다.

우리를 더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우혁이의 비극이 혼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혁이가 시위 도중 연행되고 다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군 입대를 강권한다. 그 시대에 흔히 있던 일이다. 그러나 우혁의 죽음을 접한 후 아들을 군대에 보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어머니는 차가운 한강에 몸을 던지셨다.

아들은 뜨거운 불로, 아내는 아들을 따라 차가운 물로 뛰어든 비극을 겪은 우혁이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아들을 대신해 투사가 되어 30년을 싸우다 지난 해 우혁이 곁으로 떠나가셨다.

모란공원에는 우혁이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부모님이 함께 잠들어 있다. 아마 매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을 지도 모른다.

최우혁기념사업회는 이 날 최우혁과 아버지 최봉규 공동추모집 ‘아직도 못 다 부른 노래’를 부모님 묘소에 올려 드렸다.

모란공원에 모인 한 가족의 비극적 삶을 통해 지난 날을 되돌아 본다.

과거 청산을 해묵은 상처를 헤집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그들의 아픔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산하에 이 한 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우혁이가 즐겨 불렀다는 노래 ‘이 산하에’묻힌 '이름'없는 '영웅'들이 함성도 없이 우혁이처럼 오늘도 쓰러지지 않고 조용히 잠들어 있다.

살아 있는 우리들은 어느 순간 잊고 살고 있지만 그들의 뜨거운 삶이 오늘 청명한 날씨와 밝은 공기를 누리게 해줬다는 사실을 가슴에 다시 새긴다.

따가운 늦여름의 태양이 흘려보내는 땀이 슬픔인지 회한인지 물기가 되어 눈가로 계속 흘러내린다.

“자유로운 삶들과의 결별을 위해 나는 투쟁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최우혁의 일기에서

김성주 민주당 전주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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