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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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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어야 한다
  • 전민일보
  • 승인 2017.08.0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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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코앞이라지만 여전히 폭염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책 한 권, 신문 몇 줄 읽는 것도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닌 요즘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스마트 폰에만 의지하고 있는 건 비단 필자뿐만일까?

며칠 전 스마트 폰을 검색하다 실검 1위에 오른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조윤선’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정무수석, 문화체육부 장관 등 노른자요직만 두루 섭렵했던 박의 신데렐라, 아니 조데렐라.

지난달 27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5개월여의 법정 공방 끝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단다.

순간 드는 생각! 아니 왜? 이거 실화? 이 상황은 분명히 실화다. 재판부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피고인 조윤선이 특정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배제 명단 검토 및 관리 행위에 관여하거나 이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며 다만 국회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받았다”고 답한 것만 ‘위증’이라고 판단, 블랙리스트관여부분은 무죄, 위증부분만 유죄로 인정, 징역 1년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무죄…. 혹 그동안 무죄라는 단어에 대해 모르고 있던 다른 뜻이 있나 국어사전을 검색해 봤지만 무죄는 역시 알고 있던 ‘아무 잘못이나 죄가 없음을 뜻하는 명사’인 그 상식적인 무죄가 맞다.

필자는 바로 이 무죄대목이 학창시절 때 그토록이나 괴롭히던 미분적분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미 전임인 박전호 전 정무수석이 후임인 조윤선 전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업무를 여러 차례 설명했었고 처음엔 웃으면서 듣던 조 장관 표정이 나중에 급격하게 어두워졌었다는, 블랙리스트 인수인계에 관한 진술이 매우 디테일하게 나왔는데도 말이다.

인수인계를 한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

물론 조윤선 전 장관이 무죄를 선고받기까지는 그녀의 애매모호한 화법이 1등공신이라는 점도 부인하진 않겠다.

법정에서 그녀는 “블랙리스트는 듣지도 보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잡아뗐고 특검의 추궁을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신공을 발휘, 설사 보고를 받았어도 ‘개략적’으로만 받아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이었으니까.

그러나 여기서 더욱 간과할 수 없는 아이러니는 조윤선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블랙리스트 관련 피고인 6명 전원은 유죄가 인정됐다는 점이다.

상관도 유죄, 부하직원인 차관도 유죄, 그 사이에 오직 조윤선 전 장관만 무죄라면 그녀는 분명 청와대나 문체부에서 존재감이 ‘제로’였거나 철저히 고립무원인 ‘혼자’였어야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대목일 텐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박의 여자였던 조데렐라에게는 어느 쪽도 해당이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판결을 기계에 맡기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인공지능로봇을 도입, 그야말로 법대로만 하면 되는데 자신만의 판단을 집어넣을 사람이 굳이 필요하냐는 논리인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어딘가 웃프다.

이제는 블랙리스트 시즌 2! 공은 다시 특검에게로 넘어갔다. 자존심을 구긴 특검이 블랙리스트관련 7명 전원에 대해 법원에 항소를 한 것이다.

정무수석 시절부터 장관 재임 시까지 따박 따박 월급을 챙겨오던 그녀가 블랙리스트에 대해 과연 끝까지 순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촛불민심의 뜨거운 갈채를 밑천삼아 정의의 칼날을 높이세운 특검이 다시 한 번 톡 쏘는 사이다를 줄 수 있을지, 국민들은 북상하고 있는 태풍‘노루’보다 더 긴장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최소한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어야한다.

홍현숙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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