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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공원의 비둘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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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공원의 비둘기 아저씨
  • 전민일보
  • 승인 2017.07.2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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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보러 전주 덕진공원에 갔다. 연화교 입구의 쉼터에서 셋이 만나 연꽃구경을 했다.

마침 칠월중순이라 방죽에 연꽃이 가득하다. 한 바퀴 돌며 연향에 취한 다음 다시 쉼터로 왔다. 날씨가 더워 그늘에서 쉬려하니 먼저 앉아있는 어떤 아저씨 옆에 비둘기가 모여 있었다. 몇 마리는 아저씨 손등에 앉아 무엇인가를 쪼아 먹고 있다. 참 기이한 모습이었다.

‘어찌 비둘기가 모여드느냐’하니 ‘이놈들도 다 까닭이 있다’고 하며 모이통을 보여주었다. 날마다 와서 모이를 주니까 알아보고 모여든다고 한다.

이렇게 모이를 준지가 5년이라 한다. 한 달에 모이 값으로 4만여 원이 든단다. 우리가 보는데서 모이를 주니 가까이 있던 비둘기가 새까맣게 모여 들었다.

일어서서 구구하며 부르니 연화교줄에 앉아 쉬던 놈들이 우우 모여들어 수십 마리가 되었다. 던져준 모이가 바닥나니 그 아저씨 팔로 어깨로 머리위까지 올라앉아서 비둘기 투성이가 되었다.

어떤 젊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플라스틱 통을 주고 갔다. 이상히 여기고 있는데, 다시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오래도록 모이를 주는 것을 알아보고, 모이를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통을 열어 겉보리 찧은 거라고 보여주었다. 먼저 가져온 통은 비었다. 새 통을 열어 모이를 주먹에 쥐고 있으니 몇 마리가 손등에 앉아 쪼아 먹었다.

팔에 앉기도 하고 어께와 머리에 앉기도 하였다. 옆에 있는 내 머리 위에도 한 마리가 앉았다. 신기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한참 있다가 그 이에게로 날아갔다.

그 아저씨는 어떤 마음으로 새에게 모이를 주었을까.

처음에는 장난삼아 했을 것이다. 먹던 빵 조각을 던져주거나 뻥튀기 쪼가리를 주었을 성 싶다. 그러자 자꾸 모여드니 재미가 났을 것 같다.

한 번 두 번 주다보니 정이 들었을게다.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고 모양이 예쁘다. 볼수록 정이 드는 새다.

모이를 주며 보람을 느끼고 생명의 존귀함도 일었을 게다. 나는 생명을 구하는 좋은 일을 한다고 자부하기도 했으리라. 하루하루 모이를 주면서 탑을 쌓는 느낌을 갖기도 했을 것 같다.

돌 하나를 쌓고 모이를 주고, 또 돌하나를 올리고 모이를 던지고, 그러는 사이 세월은 흘러 탑이 완성되고 모여드는 비둘기는 많이많이 불어났다.

하찮은 새도 사람을 알아본다. 날마다 와서 먹이를 주니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를 해치지 않고 이로움을 주는구나.’하고 안심하며 모여드는 게다. 모이를 주고 비둘기를 잡았다든지, 상해를 입혔다면 다를 것이다.

안심이 되지 않아 나타나면 멀리멀리 달아날 게다. 한 번 두 번도 아니고 날마다 모이를 주니 안심하고 모여드는 게다.

생각을 못하는 사람을 새대가리라고 비하를 하는데, 그리 얕볼 일이 아니다.

새도 은혜를 안다. 먹이를 주는 사람을 따르니 그렇지 않은가. 더구나 사람은 오죽하랴.

자기에게 은혜를 베풀면 고마워서 갚으려 할게다. 당장은 못해도 언젠가는 갚을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게다. 누가, 배고플 때 밥 한 끼 사 준 사람을 잊을까? 어느 누가, 차비가 없어 걸어가려는 사람에게 토큰 하나를 주는데 고마워하지 않을까? 그 고마움은 고이 간직 되어 은인에게 갚지 못하더라고 다른 사람에게 갚으며 살 것이다. 은혜를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베풂의 연결고리가 이어질 것이다.

선출직에 출마하려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고향에 살며 남에게 베풀어라. 그러면 베풂을 받은 사람은 내편이 되는 게다.

잘났다고 으스대며 대장노릇 하지 말고 빵 하나라도 나누어 먹어라. 학용품이 없는 친구에게 도화지 한 장, 지우개 하나라도 주면 된다. 배고픈 친구에게 도시락을 나누어주는 은혜를 베풀어라.

그러면 그 친구들은 모두 나를 좋아할 게다. 남을 돕는 마음을 가지고 하면 모두 내 사람이 된다. 새도 은혜를 아는데 사람이라야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하면 점점 내 사람이 많아진다.

덕진공원 아저씨는 비둘기 사회에서 대장 출마하면 당선은 내 것이나 다름없다. 고마운 애조가(愛鳥家)를 마음 깊이 흠모하며 공원을 나왔다.

김길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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