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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한 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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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한 개 드릴게요
  • 전민일보
  • 승인 2017.07.2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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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지요? 제가 부채 한 개 드릴까요?

이 부채는 정말 시원한 바람을 머금고 있는 아주 예쁜 부채랍니다.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에 비할 수 없지요. 물론 두통이나 감기 증상 등의 냉방병도 일으키지 않고, 화석에너지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으니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에 아주 안성맞춤인 부채이지요.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저의 비밀의 화원으로 가보아야 한답니다. 거기에 있는 나무에 부채가 많이 열려 있어요. 나무에 열려있는 부채,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오늘 아침에도 보고 왔는걸요.

이른 봄,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개나리 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이 있답니다. 물푸레나무과의 미선나무꽃!

개나리꽃처럼 잎이 피어나기 전에 연분홍꽃이 마른 줄기에서 피어나는데 작은 꽃잎이 개나리꽃을 닮았어요.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황량한 겨울끝자락의 동산에서 물오른 자주빛 봉오리를 맺지요. 그 자줏빛 봉오리는 이른 봄, 햇볕을 받으면서 연분홍색으로 앙증맞게 피어난답니다.

맨 처음 저는 미선나무꽃을 보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 그 왕국의 어여쁘신 공주님을 생각했어요. 긴 줄기따라 분홍빛으로 피어난 꽃이 마치 별궁의 공주님처럼 보였어요.

미선나무꽃, 제가 미선꽃을 보고 왔다고 하니까 지인들이 웃었어요. 앞집에 미선이를 보고 오셨나, 뒷집에 미선이를 보고 오셨나, 미선아 노올자……

그런데요, 몇 해 전인가, 처음으로 미선나무꽃을 보고 온 저는 다시 그 다음해의 이른 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어요. 고요한 아침의 나라 공주님의 자태를 다시 보고 싶은 그리움이었어요. 그래서 봄소식도 까마득한 겨울부터 그 미선나무를 찾아갔지요. 공주님의 우아한 미소를 기다리면서요.

아, 그런데 어느 겨울날, 미선나무의 마른 나뭇가지를 바라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앙상한 나뭇가지에 부채 한 장이 매달려있었어요. 꼬리 끝이 둥근 부채, 갈색 미선 한 장이 곱게 매달려 있었답니다.

아! 부채가 달려 있네 , 미선 尾扇! 짧은 단음으로 부를 미선이 아니고 미-선, 그래서 나직한 음성으로 미-선나무를 불러보았습니다. 미선나무에 매달린 부채는 사실은 미선나무의 열매였습니다.

둥근 부채모양으로 열매가 익어가고 꼬리 부근에는 씨앗이 한 알 담겨있었습니다.

이윽고 새봄을 맞이했습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공주님은 봄의 생기 어린 연분홍 미소를 우아하게 머금고 봄동산에서 화관식을 올렸습니다. 화관식을 마친 공주님은 봄동산을 환하게 밝히셨어요. 봄이 무르익을 때까지, 황량한 동산을 분홍빛으로 빛내고 계셨어요.

태양의 고도가 높아져가고 공주님은 별궁으로 돌아가셨어요.

가지에는 초록빛 미선이 하나 둘 달리기 시작했어요. 우아한 공주님의 옥같은 안색을 지켜드려야 했으니까요.

올 여름은 미선나무에 매달린 둥근 부채가 시원한 바람을 가득 안고 있다가 땀 흘려 일하시는 분들께 더위를 식혀주는 무한한 청량함을 선물해 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아마 이 부채는 마음의 들뜬 열도 내려줄 것이고요, 우리 아가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머리맡에서 어머니나 할머니가 해주시는 부채질처럼 고열도 바로 내려줄 것이고요, 장마철의 고온다습한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드릴것이랍니다.

또한 여러 가지 걱정거리나 기원을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세상의 더위나 짜증도 식혀줄 지도 모르겠지요.

더우시죠? 예쁜 부채, 미선(尾扇) 한 장 드릴께요!

미선나무, 우리나라 한반도에서만 자생하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나무입니다.

굳이 올 여름은 더위를 피하여 멀리 떠나지 않으시더라도 우리들의 마음 속에 미선나무와 같은 나무, 한 그루 가꾼다면 정말 시원하게 지내실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소현숙 전북도 여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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