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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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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멍군
  • 전민일보
  • 승인 2017.07.1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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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인이 내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황당한 계산’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럴듯했다.

중소기업체에 나가는 이 대리가 무단결근을 하자, 김 부장이 화가 나서 전화를 했다.

“이 대리, 오늘 무슨일 있나? 연락도 없이 결근하고.”

“갑자기 몸살이 나서요. 연락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그래! 이 대리, 하루 24시간에 자네 근무 시간은 8시간이지? 하루의 1/3을 근무하니까 1년 동안 근무하는 날은 122일밖에 안 되네.”

“그런데요?”

“그 중에서 일요일이 52일이고, 반만 일하는 토요일을 26일로 치면 겨우 44일이 남지. 요즘은 토요일마저 쉬기도 하지만.”

“그래서요.”

“자네는 그거라도 다 일하는가? 밥먹는 시간, 담배 피우는 시간에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틈틈이 커피 마시는 것을 따지면 하루에 3시간은 헛것이야. 그걸 모두 빼면 자네가 일하는 시간은 27일뿐이고.”

“그래요?”

“게다가 연차 휴일과 여름 휴가로 열흘을 쉬니 겨우 17일이 남는구먼. 그 중에서 신정, 설, 삼일절,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석가탄신일, 광복절, 추석, 개천절, 크리스마스, 그리고 회사창립기념일까지 쉬니 휴일은 총 16일이야. 결국, 이 대리가 일하는 날은 1년에 딱 하루라는 거야. 그런데 그 하루마저 결근하니, 아예 놀고먹겠다는 것인가?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보게.”

그러자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 대리가 입을 열었다.

“부장님, 저는 너무 피곤합니다. 왜 그런지 말씀드리죠. 우리나라 4천5백만 인구 중에 2천5백만은 노인이나 실업자, 아니면 퇴직자들입니다. 그러면 남은 인원은 2천만 명입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천6백만 명은 학생이거나 어린이들이죠. 그러면 4백만이 남지요.”

“그렇지”

“백만 명은 조국을 지키려 군대에 가 있거나 방위근무 중이고, 백만 명은 국가공무원입니다. 이제 2백만이 남는데….”

“그렇다고 봐야지”

“또 180만 명이 정치를 하거나, 지자체 공무원들이니 이들을 빼면 20만, 그 중에서 18만8천 명이 병원에 누워있으니 겨우 1만2천 명이 남습니다. 게다가 현재 11,998명이 감옥에 있으니 결국 두 명이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바로 부장님과 저죠.”

“그런가?”

“그런데 부장님은 매일 제가 올린 보고서에 결재만 하거나 잔소리만 하고 계시니, 실제 일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오직 저 혼자뿐이라고요. 제가 얼마나 피곤한지 아시겠죠?”

“뭐라고…??”

위 계산법에는 군데군데 중대한 오류가 있다. 2013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근로자들은 1년에 평균 270일간, 총 2,163시간 동안 근무를 하고 있으며, 임금 근로자는 1천8백만명에 이른다.

직장에서의 갑을 관계는 이렇게 엄청난 틈을 벌이고 있는가 보다. 내가 하는 일은 힘들고 중요하며, 남이 하는 일은 시원찮은 것이다. 이날 김 부장은 이 대리를 혼내주려 했다가 기가 막혀, 몸조리나 잘하라 위로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부장의 생각이 이럴진대, CEO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이 대리는 월급만 축낸다고 여기지는 않을까?

반면에 이 대리는 근로자들이 사장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실제 상황은 아닐지라도 노사의 거리가 이렇게 멀어서야 괜찮을지 모르겠다.

장군 멍군 타령만 하지 말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상생하는 노사문화가 정착되면 좋으련만.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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