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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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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어깨
  • 전민일보
  • 승인 2017.07.14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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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지 않은 한 친구가 나를 찾아 온 지 어느새 6개월이 넘어 이제는 아예 눌러앉을 태세다.

처음엔 그냥 지나다 들른 것이려니 하고 반갑지는 않지만 아주 낯설지도 않아 아는 체를 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으며 후회하고 있다.

친구는 들어온 첫날부터 등을 슬쩍 밀치거나 어깨를 살짝 치는 장난을 시작으로 악, 소리가 날 만큼 어깨나 등을 사정없이 누르고 조이며 괴롭힘의 수위를 하루하루 높여가고 있다.

십여 년 전에도 비슷한 친구에게 2년여 시달려 온 경험이 있으면서도 그 친구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이 일을 키웠던 것 같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온 뒤부터 눈치를 챈 탓일까. 더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겠다고 앙탈을 부리며 잠자리까지 파고들어 숙면까지 앗아간 지 한참이 지났다.

한옥마을에 살 때다. 지붕을 이고 남은 여분의 기와를 필요하다는 옆집에 한꺼번에 일고여덟장씩 가볍게 들어다 주는 날 보고 남편은 ‘무식한 사람이 힘자랑한다.’놀려대며 웃었다. 시어머니는 ‘약골이 살인낸다.’놀라면서 칭찬 아닌 칭찬을 하기도 했다.

옆집 안주인은 내 후배로 팔다리 관절염이 심해 두 장을 들고도 쩔쩔맸다. 그땐 그랬다.

힘자랑도 아니고 놀랄 일도 아니게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망설이지 않았다.

유난히 작은 내 체구지만 튼튼한 어깨와 팔은 일 앞에서 무서울 게 없이 여유로웠다. 그런 어깨나 팔이 고맙다거나 나중 함부로 했던 벌? 을 받게 되리란 생각 또한 할 리 없다.

심하게 앓았던 오십견이 다시 찾아 왔나보다는 내 말에 이젠 오십견이 아닌 칠십견이라고 해야 한다는 동료 말에 웃음보다 통증의 수위가 높아진다. 걷잡을 수 없는 통증에 짜증까지 합류하는 나날이다.

어깨, 어깨가 문제다. 아니, 작은 키 탓이다. 보통 키를 가진 남자나 조금 큰 여자와 나란히 섰을 때 내 어깨높이는 의자의 편리한 팔걸이처럼 그들이 팔을 올리기에 적당한 위치가 된다.

그래서일까. 크지 않은 남편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나 여러 사람과 만나는 관광지 일상의 대부분 사진 속내 어깨에 그들의 팔이나 손이 올려있다.

그렇게 같이 사진을 찍은 사람 중에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여러 분야 사람들도 있다.

그들 중 사랑받던 때와 달리 구설에 올라 곤욕 치르는 모습을 뉴스 화면으로 심심찮게 보게 될 때는 찝찝한 마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만난 그들은 길지 않은 시간 짧은 대화를 나눈 탓인지 작품에 나타나는 감성 그대로 다정다감하거나 주관이 뚜렷한 올곧은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을 만큼 멋지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대중의 잣대에서 벗어난 말과 행동이 공개된 뒤 그들에게 가해지는 곱지 않은 시선과 뭇매는 따갑기만 하다.

꼭 내가 받고 당하는 듯 얼굴이 붉어지고 어깨가 움츠러든다. 어깨, 어깨가 문제일까?

들었어야 했다. 힘이나 능력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주위 사람 말도 들었어야 했다.

몸을 아끼라고, 한 번에 할 일도 두번에 나누어서 하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말도 들었어야 했다.

귓등으로 흘리며 힘이란 화수분처럼 언제나 솟아나는 것으로 알았다. 나만 그럴까?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 펼치는 능력이나 권력도 한계가 있는 것을 지나쳤을 때 듣는 권력남용이나 직권 남용도 같은 거 아닐까?

그것을 지키지 못하거나 무시한 결과를 승복하지 못하는 태도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생각으로 드문드문 받던 진료를 제대로 받고 있다.

힘의 과용은 곧 내 어깨에 대한 권력 남용이었을지 모른다. 그 벌이라면 자숙하며 제대로 된 치료로 회복시켜 놓는 것이 의무일 게다. 애먼 어깨 탓할 일이 아니다.

이용미 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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