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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길은 함께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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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길은 함께 가야한다
  • 전민일보
  • 승인 2017.07.12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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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보도 떼기 전 일이다. 업무와 관련, 농업인 한 분이 큰 피해를 호소하셨다.

내가 해명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과 당사자가 느끼는 억울함의 차이가 너무 커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경에서 난 그 분과 독대를 통해 이렇게 말씀드렸다.

“선생님. 조카 분께서 방송국 PD로 계시고 군수님과도 돈독하시다는데 저 같은 미관말직에게 그런 말씀하셔서 무슨 해결이 되겠습니까. 제가 옷을 벗고 나가면 노여움이 풀리시겠습니까.” 진정성을 담은 내 말에 그 분이 놀라서 물었다.

“아니, 왜 장 선생이 책임져요? 이 문제는 전임자 때 발생한 문제인데.” 난 이렇게 답변 드렸다. “제가 현재 업무담당자인데 전임자 탓을 할 수 있습니까.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 분은 아무 말씀 없이 나가셨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셨다. 내가 그때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문제해결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번엔 업무와 관련 군의원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내용은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특별지원을 당부하는 것이었다.

난 이렇게 말씀드렸다. “의원님. 말씀하신 상황은 충분히 알겠으나 타 읍·면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불가합니다.”

나는 당시 군의원이나 그 분께 부탁하신 농업인들을 이해한다. 민주적 지방자치시대에 주민이 해당 지역의 정무적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 민원을 의뢰하거나 부당함에 대해 호소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공무원은 그것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다만 거기엔 전제가 있다. 그 민원이나 호소가 정당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법과 절차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업무 담당자가 처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밝히고 시정을 요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것과는 무관하게 ‘실무자는 필요 없고 과장이나 군수와 직접 얘기 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범위다.

존 로크(John Locke)는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유재산제를 최초로 이론적 토대를 통해 정당화했다.

그는 모든 재산, 특히 토지와 천연자원은 물론 공장시설과 같은 생산시설을 사인의 소유로 하여 국법으로 이를 보호하고 원칙적으로 소유자의 자유로운 관리와 처분에 맡기는 것이야말로 자연법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로크는 여기에 몇 가지 단서를 얘기한다. 그 중에는 “자연상태에서 모든 인간은 타인에게 필요한 만큼을 남기면서 자기 소유를 챙겨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내가 딴 사과라고 해서 썩어버리는 것 까지 정당화될 순 없다.

장애아를 위한 학교 설립과 관련 공청회를 하는데 해당지역주민 아니면 참석할 권리가 없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가.

내가 딴 사과이니 썩어서 버리더라도 타인이 관여할 바 아니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머리 나쁜 나로선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타인의 주장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와 증오를 표출하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주변 4강과의 관계에서 한쪽에선 대미굴종이야말로 사대외교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중국 눈치 보기야말로 사대주의라고 공격한다.

논리는 같고 대상은 다른데 서로에 대한 이해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구한말 친미, 친일, 친청, 친러의 논리가 현대화 된 것이라면 논리의 비약일까. 물론 결과까지 같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구로는 2배, 경제력으로는 거의 50배인 남북한의 격차가 치킨게임에서의 강자와 약자의 위치를 바꿔놓은 현 상황에 대한 인식도 다양할 수 있다.

그것이 북한과 다른 우리의 모습이니까. 똑 같은 논리로 나는 이런 노파심을 가진다.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패배한 것은 아테네가 비민주적이어서도 스파르타가 더 도덕적이어서도 아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잃을 것이 너무 많은 남쪽과 잃을 것이 없는 북쪽의 치킨게임이라는 딜레마를 풀어야 할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공동체 구성원 우리 모두의 몫이란 것이다.

바른 길은 함께 가야한다. 구성원이라면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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