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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흙탕물 몰려와 출하 앞둔 과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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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흙탕물 몰려와 출하 앞둔 과일 덮쳤다
  • 김병진 기자
  • 승인 2017.07.1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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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물폭탄 맞은 익산 망성 하우스 농가..2시간만에 100mm 넘게 내려

“토마토고 뭐고, 하우스에 물이 차 한 해 농사를 망쳤어요. 폭폭 혀 죽겠어요.”

지난 7일 오전 9시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마을 입구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사이렌을 달고 있는 관용차가 줄지어 서있고, 농협과 농어촌공사 마크가 찍힌 트럭부터, 굴삭기, 방송차 취재 차량 등 조용했던 농촌 마을이 어수선했다. 농수로에선 황톳물이 세차게 흘렀다.
 
한쪽 비닐하우스에선 말라가는 수박 수십여 통이 쌓여 있고, 촌노가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4동에 30여 년 동안 수박농사 등을 지어온 김우현(74)씨는 “전날(6일) 밤사이 시간당 120㎜가 넘은 폭우가 쏟아져 비닐하우스가 전부 물에 잠겼다”며 “오늘 수확하려 했던 수박이 물을 먹어버려서 상품가치가 없어졌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하우스 곳곳에는 전날 ‘물폭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침수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고랑에는 물이 그득했고, 수박 포장을 위한 박스도 몽땅 물에 젖어 쓸모없게 됐다.

재해보험도 들지 않아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됐다는 김씨는 “빚내서 농사를 지었는데 본전은커녕 농약값도 갚지 못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인근 방울토마토, 꽃상추 재배 농가도 피해가 컸다. 가로 20m에 길이 100m의 시설하우스 5개 동에 방울토마토 농사를 지어온 박춘길 씨는 아예 수확을 포기한 채 한숨만 쉬고 있었다.

전날 물에 잠겨 흙빛을 머금은 토마토는 해가 나기 시작하면 바로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박씨는 “이번 폭우에 불어난 물이 갑자기 하우스를 덮쳐 손쓸 새가 없었다”며 “수확을 코앞에 둔 탓에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망성면 화산리 특용작물 재배단지는 전북에서도 상습 침수구역으로 악명이 높다.  2011년 충남 논산과 익산 망성면 비닐하우스 수박 밭이 전부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금강 배수문 공사가 늦게 끝나면서 인재 논란이 일었다. 2012년과 지난해에도 비슷한 침수 피해를 겪었지만 지자체의 대책은 그 때 뿐이었다.

마을 한 주민은 “침수를 입게 되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는 특용작물 재배단지가 들어선지 10년이 넘도록 하천과 농수로, 배수로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와 익산시, 전북도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에도 소극적인 행정에 그치며 피해농가를 두 번 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  

한편, 이날 전북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약 2시간에 걸쳐 익산 용안면에는 144㎜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데 이어 망성면에는 121㎜, 용동면 112㎜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3개 지역에서는 비닐하우스 659동(43.3㏊)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또 논경지는 1.2㏊, 고추밭은 0.4㏊ 등 총 44.9㏊에 달하는 면적이 물에 잠겼다. 비닐하우스 침수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지역은 망성면으로 355동이 침수됐다. 용동면은 245동, 용안면은 59동이 기습폭우에 피해를 입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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