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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에 속은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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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에 속은 국민들
  • 전민일보
  • 승인 2017.07.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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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정수동(鄭壽銅)이라는 시인이 있었다. 그는 성격이 자유분방하여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했다. 특히 당대의 명사였던 추사 김정희, 영의정을 지낸 김홍근 등과 친분이 두터웠다.

그는 분방한 성격 탓에 집안 살림에는 소홀하였는데, 출산하는 아내를 뒤로 하고 금강산 유람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반면에 그런 자유스런 성격 탓에 당시 사회의 모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독설을 퍼부을 수 있었다.

그의 어릴 적 이야기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정수동은 서당에서 더위로 인해 졸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훈장이 불호령을 내리며 매를 들었다.

며칠 후, 정수동은 훈장님이 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정수동은 훈장님을 조용히 깨우며 물었다.

“훈장님! 훈장님은 왜 주무십니까?”

그러자 멋쩍은 훈장이 둘러댔다.

“나는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먹어 자꾸만 잊어버려서 잊어버린 것을 물으러 잠시 공자님께 다녀왔다. 그것이 너에겐 자는 것으로 보였느냐?”

정수동은 순간 훈장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정수동은 훈장님이 보는 앞에서 자는 척 했다. 또다시 잠자는 모습을 본 훈장은 큰 소리로 말했다.

“수동이 이놈! 또 잠을 자는구나!”

훈장의 큰 소리에 정수동은 깨는 척하며 말했다.

“훈장님! 저는 잠을 자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공자님을 뵈러 갔을 따름입니다.”

훈장은 내심 뜨끔해 하며 다시 물었다.

“그래? 공자님이 네게 무슨 말씀을 하시더냐?”

“네. 공자님께 며칠 전 훈장님이 다녀가셨느냐고 물었더니 오신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거짓말은 순간적인 위기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서나, 혹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게 된다. 하지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어 눈덩이처럼 커진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조희팔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조씨는 2004~2008년까지 다단계 사기로 4조원, 신고 되지 않거나 소송을 포기한 것들까지 포함하면 1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사기 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만 3만 명 정도로 추산될 정도이며, 그의 거짓말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도 2016년 기준 10명이나 된다고 한다.

조희팔은 희대의 사기꾼이자 지능적인 범죄자다.

그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예리하게 파고들 줄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언제 자신의 재산이 바닥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안정된 생활을 꾸리고자 전전긍긍 한다. 조희팔은 사람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자극했고, 동시에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랜 시간에 걸쳐 보여줬다. 바로 여기에 한국인들이 잘 속는 이유가 숨어 있다.

사기꾼들은 이런 한국인의 심리를 똑똑하게 알고 있다. 그들은 5억 원을 투자하면 몇 달 이내로 20억을 벌 수 있다고 부추긴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고 협박한다. 또 어떤 사기꾼은 극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인데 지금 이 장외주식이 몇 달 내로 코스닥에 상장된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사람들의 한탕 욕구를 자극한다. 한국인들에게는 자신만 모르는 거대한 거짓말이 한국을 움직이고 있다는 어떤 공포와 의심이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자들이나 있는 자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짓말로 탄핵당해 구속됐고, 권력을 옹위하기 위해 황당한 궤변으로 국민을 속여 왔던 실세 참모들은 줄줄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들은 법정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국회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자질, 거짓말 등 중대 흠결이 드러난 일부 장관후보자도 있다. 음주운전, 위장전입, 논문표절이 명백한데도 그럴듯하게 둘러대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거짓말은 ‘모든 사기의 최초이자 최악’이다. 아주 몹쓸 짓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거짓말을 용인하는 권력 집단과 이를 다시 국민들이 지지하면서 생긴 악순환이다. 거짓말과 도덕 불감증이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다.

“새는 궁하면 아무거나 쪼아 먹게 되며, 짐승은 궁하면 사람을 해치게 되며, 사람은 궁하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공자의 말이다.

신영규 한국신문학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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