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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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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장학금
  • 전민일보
  • 승인 2017.06.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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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학교와 근무학교에 장학금 전달-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비우고 베풀며 살아라.’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남긴 것 없이 베풀며 살다 간 성자들이나 하는 말 같다. 무소유로 살다 간 법정 스님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남긴 것 없이 베풀기만 한 김수환 추기경이 한 일이다. 범인들은 감히 이룰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친구 가운데 한 사람이 그런 선한 일을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두암 조택모 전 교장이다. 올해 81세로 작년에 산수를 맞았다. 시절을 잘못 만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느라 끼니거리를 걱정하며 살았다. 전주풍남초등학교와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전북고창 선동초등학교와 고수초등학교에서는 어렵게 사는 제자들을 정성으로 가르쳤다. 기성회비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어린이에게는 대신 납부해 주는 일도 했다. 조금만 도와주면 학업을 계속 할 수 있는데 장학금이 없어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그 때부터 싹 텄다.

전주로 돌아와 팔복, 금암, 진북, 풍남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는 때라 6학년을 맡아 우수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시 근무만기로 진안 장승초등학교에 전출되어 벽지학교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다행히 전주교대 부설초등학교로 옮겨 교사로서의 마지막 꽃을 피우며 연구실적을 올렸다. 전주문정초등학교에 있다가 교감으로 승진하여 정읍 정우, 신태인북초등학교에서 학교 살림살이를 알차게 꾸려나갔다. 전주남초등학교 교감으로 있다가 교장 승진의 영예를 안아 군산어청도초등학교에서 섬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익산 망성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 생활 43년을 마쳤다.

조 교장은 항상 웃는 낯이다. 만나면 정답고 반갑다. 밥 한 끼, 차 한 잔 값이라도 먼저 계산을 하는 성격이다. 얻어먹지 않고 베푸는 성미라 좀 지나친 느낌도 든다.

친구들끼리 모여 노는 데나 애경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행사를 주관하여 치루기도 한다. 하는 일이 빈틈이 없고 성실하여 남이 따라 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의 곁에는 항상 벗들이 모이고 선후배간에도 친교가 두텁다.

작년에 팔순을 맞았다. 자녀들이 아버지의 버킷리스트가 무엇인지 물었다. 평생 교직에 있으면서 염두에 둔 것이 있었다. 출신학교와 근무한 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아들딸들도 모두 찬성했다.

산수잔치를 취소하고 버킷리스트 1번을 실행하기로 했다. 전무후무한 거룩한 결정을 한 것이다.

어느 독지가가 한 학교에 장학금을 내는 것은 자주 있었지만 출신학교와 근무한 학교에 모두 장학금을 전달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참 희귀한 장학금이다.

조 교장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한 사람이다.

우리 동창들이 전주교육대학교를 방문하여 장학금을 전달할 때, 조교장이 100만원의 장학금을 냈다고 총장이 치하하여 알게 되었다. 남몰래 하는 선행을 떠벌리겠는가. 그렇게 숨기려는 것이 더 돋보이는 일이다. 아직 모든 대상학교를 모두 방문하지는 못했고 시간 나는 대로 찾아가 1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한다고 한다. 대상 학교에 모두 전달하면 14개교에 1,400만 원이 된다.

이런 훌륭한 독지가가 있어 우리 사회는 살만하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부끄럽다. ‘팔은 안으로 굽고 물코는 내 논에 이끈다.’는 속담처럼 사람은 욕심이라는게 있다. 내 것을 선뜻 내어 남을 돕기란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남는 게 있으면 베풀고 살려는 두암 조택모 교장의 거룩한 업적에 찬사를 보낸다.

김길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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