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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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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사색
  • 전민일보
  • 승인 2017.06.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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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들녘에 서있습니다. 모내기를 마친 논은 초록빛 크레파스로 뾰족뾰족 그림을 그려 놓고서 수채화물감으로 덧칠한 듯 투명하고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운 들녘을 무대삼아 백로가 하얀 나래를 펼치고 날아다니며 멋진 춤사위를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에는 짙어가는 녹음위에 순백의 꽃들이 피어 향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쪽동백이 향기롭고 하얀 꽃 그물을 펼쳐놓은 듯 피어있습니다. 조롱조롱 예쁜 종들이 매달려 있는 모양의 쪽동백의 꽃을 바라보면서 그 어여쁜 꽃을 위한 노래를 불러봅니다.

동산에 올라 꽃 그물을 던졌어요.

바람과 함께 춤추던 고운 노래의 향기가 꽃잎으로 모여들고 있어요.

잠시 후 향기 가득한 그물을 걷어 올렸어요.

드넓은 우주에 그 노래를 방생(放生)하듯 그 향기를 다시 풀어놓았어요.

바람결에 무수한 종(鐘)이 울리면서 향기로운 선율이 쏟아져 나와 나의 눈을 보이지 않게 하고 나의 귀를 들리지 않게 합니다.

보이는 것은 다만 그대의 고운 모습, 들리는 것은 다만 그대의 청아한 음성이었습니다.

유월의 새하얗고 푸른 대지에 서있노라니 이 땅에 평화를 주고 가신 호국 영령들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산하, 조국을 지키다가 꽃넋으로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하여 꽃들은 초여름에도 순백의 설화(雪花)를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현충일에 TV를 통하여 추념식 뉴스를 보던 중 현충원의 묘비에 헌화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OOO일등병의 묘, OOO상병의 묘... 꽃다운 청춘의 호국영령이 영면하고 있는 묘역의 현장에 제가 그들의 부모가 되어 서있는 심정을 느꼈습니다.

저도 현역 일등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아들의 부모이기 때문에 그 슬픔의 감정이 가슴깊이 스며들어 눈가에 맺힌 이슬을 닦아냈습니다.

유월, 달력의 여섯 번째 달을 의미하는 유월(六月)이 아닌, 유월(逾越)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유월절(逾越節), Passover, ‘지나치다’, ‘그냥 넘어가다’라는 의미의 유월입니다. 이 유월절은 애굽에서 나오기 전에 재앙을 면하고, 애굽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양을 잡는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약성서를 읽어보면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유월절 희생양이 되어 십자가의 고난을 겪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유월절 순백의 희생양이 되어 인류의 죄를 대속해준 그리스도를 생각하면 향기롭고 하얀 꽃을 피웠다가 툭툭 떨어지는 쪽동백의 향기가 서려오고 이제 곧 피어날 백합의 향기가 서려오는 듯 합니다. 공의(公義)로운 절대자의 눈으로 피조물의 미숙함과 불의(不義)를 무한한 사랑으로 유월(逾越)하는 관용과 인내가 가슴깊이 아로 새겨집니다. 그 사랑을 생각하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관용하고 인내해야할 용기도 생겨납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조국산하를 지켜준 호국영령들도 국가의 환란을 유월(逾越)시켜준 유월절 희생양의 숭고한 사랑으로 대입해보며 유월의 사색을 해봅니다.

이 호국보훈의 달, 유월에 호국영령들에게 감사와 추모의 묵념을 드리며 유월의 사색이 그대와 나 그리고 이웃과의 사랑, 나라사랑으로 이어주는 가교가 되어준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현숙 전북도 여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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