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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정규직화 보다 인격적 대우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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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정규직화 보다 인격적 대우가 절실
  • 전민일보
  • 승인 2017.06.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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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비정규직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은 1997년 IMF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고용형태다. 1996년 “파견법”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정규직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협회, 단체를 불문하고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고, 산업 지역을 불문하고 비정규직은 존재한다. 심지어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노동조합이 입주한 건물에도 미화담당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있다.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파견, 도급이지만 넓게는 일용직, 수련생, 개발자, 프로운동선수, 연구원, 전문직 종사자들로 비정규직에 속한다.

또 비정규직이 모두 을은 아니다. 갑 속에도 계약직, 아르바이트 와 같은 을이 존재하고, 을 속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진다. 심지어 임금피크제로 결재권 없이 2~3년 근무하는 형태도 광의로는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갑-을 관계에서 을에 속하는 파견근로자, 도급근로자들이 소위 비정규직이라고 불린다. 갑을 위하여 계약에 의하여 업무를 대행하는 이들은 주로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직무(dirty, dangerous, difficult)이거나 단순반복적 업무에 종사한다.

몇 년 전 정치권에서 을을 지키자는 취지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고 각종 불공정한 갑을 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불공정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고 여전히 정규직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명칭이 부끄러울 정도다.

비정규직 문제의 첫 번째 핵심은 고용불안이다.

파견법에 따라 2년까지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다르다. 그리고 도급은 대부분 1년 계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을 소속의 정규직이지만 도급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바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그야말로 1년 계약직이나 다름없다.

파견과는 별도로 개별 법률은 없지만 민법상의 도급계약으로 행해지는 용역 업무 담당하는 근로자들은 오히려 파견근로보다 3배 이상 많다(2011년 기준 66만명). 이들은 개별 계약을 근거로 도급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간에 제한이 없다고 하나 계약기간은 1년이 보통으로 고용의 불안정성이 파견근로자보다 더 높은 편이다.

비고해 보자. 한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의 임대차 계약에서도 최소 2년이상으로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물며 수십명이 상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 도급업무가 1년이라면 문제가 있다.

사인간에 협의 합의하여 계약할 수 있고 우리나라 도급계약 시장(수요/공급)의 특성상 갑 주도의 계약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면 도급업체가 매년 바뀔 수 있고 이에 따른 도급 업무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1년이라는 기간 내에도 이들 비정규직 도급 근로자들은 정규직보다 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의 40~60%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이라는 노동정책에도 어긋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과 동일한 사업장에서 더 힘든 일을 하고 오히려 낮은 처우임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표출하지 아니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나아가 제조업의 도급 형태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더 높더라도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해 차별대우가 있다는 것은 결국 능력에 따른 공평한 보상이라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진 것과 다름 아니다.

일을 열심히 하나 안 하나 나는 갑사 근로자는 양반이고 하도급 근로자는 노예로 인식한다.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갑의 근로자와 비교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누가 일을 열심히 하겠는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생산성이 더 높거나 더 나은 실적을 올려도 비정규직이 받는 대우는 정규직보다 낮고 심하면 자신의 실적을 정규직에게 빼앗기게 된다. 비정규직이 일을 잘 한다 하더라도 근무태도를 평가하는 것은 정규직 관리자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자신들의 자리가 불안하기 때문에 공정하게 평가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더 큰 문제로 인식하고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당하는 비인격적인 대우이다. 소속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차별처우는 그나마 참을 수 있고, 비록 소득이 적지만 동료들끼리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인격적인 모욕은 비정규직 정규직근로자 이전의 문제가 아닐까?

대형마트에 쇼핑하면서 마주치는 케셔, 미화원, 주차장근무자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비정규직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자.

정권이 바뀌고 정책 의지가 높다고 하더라도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단칼에 이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를 좀 더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그 중심에 있음은 자명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는 정책 추진도 필요하지만, 파견 가능업종 및 파견기간 조정 등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한 파견법의 개정 추진과 “도급업무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함으로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 해소, 실질적인 도급업무 품질 향상과 동시에 사업장이나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박상문 한국직업상담협회 전북지회 수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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