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4 22:58 (수)
이상한 잣대
상태바
이상한 잣대
  • 전민일보
  • 승인 2017.06.12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구들이 모이면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장관을 하려면 미리 5가지 비리를 저질러야 한다고 했다.

위장전입, 병역기피, 탈세,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이다.

인사청문회 하는 것을 보면 이 5가지 비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위직에 오를 사람은 이런 짓을 모두 해야 되는 모양이다.

위장전입이나 탈세 한 번도 못해본 사람은 장관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떠들며 웃었다.

전 정권 인사청문회에서 누구나 위 5가지로 곤혹을 치렀기에 새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지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나 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사정은 있었을 게다.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법하다.

그렇지만 나라 살림을 이끌어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의 오긋한 욕심보다는 만민에 평등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남에게서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부적절한 사안은 본인은 알고 있다. 인사요청이 오면 높은 자리만 욕심내지 말고, 나는 이러이러해서 자격이 없다고 사양해야 하리라.

어떻게 어물쩍 넘어 갈 수 있겠지 하고 자리욕심 내다가 망신만 당할 수 있다. 사후에 몰랐다고 발뺌 할 수도 없고 숨길 수도 없다.

지금 어떤 세상인가. 개인의 행적을 개미 기어가는 것까지 다 알 수 있지 않은가.

나 같은 소시민은 위 5가지 비행을 생각해 본 일이 없다. 위장전입을 할 필요도 없었고, 부동산 투기는 돈 있는 사람이나 했다.

소득이 없으니 탈세할 까닭도 없다. 병역의무는 국민의 의무로 알고 누구나 필한다. 국민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바르게 살아가는 국민은 위와 같은 잘 못을 용납하기 어렵다. 남의 앞에 서서 국민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지도자들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그렇다면 청문회에서 이런 사안을 다루지 말았으면 한다. 어차피 다 저지르는 일, 아예 제외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위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앞에 설 자격이 부족한 것인가.

위의 부정을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남 앞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인가. 아리송하다.

겉으로는 온갖 좋은 말 다 뱉으면서 속내는 잇속이나 챙기는 자질을 가져야 장관이 될 그릇이 되는 것인가.

이번에 여야가 바뀌었다. 여당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청문회 할 때는 위장전입 했다고 그렇게 따지고 들던 자세가 이번 청문회에서는 너무도 너그러웠다.

또 야당의원은 지난정권에서는 그렇게 비호만 하던 자세가 공격으로 변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여당의원도 잘못이 있으면 따지고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여당의원이라고 보아주기 식 청문회는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찌 한 가지 사안을 가지고 그렇게 평가의 잣대가 달라야 하는가. 같은 사안은 같은 평가를 해야 올바른 자세다. 이상한 잣대로 재고 있다.

떠도는 말에 부적절한 애정관계를,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 한다더니 국회에서 청문회하는 것이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야가 바뀌었다고 어떻게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말인가. 옛날에 하던대로 따지는 사람은 따져야 하고 비호하는 사람은 그대로 비호해야 올바른 자세다.

국회의원들의 자세는 네 편 내 편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서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선진 국회의원의 모습일 것이다. 이상한 잣대,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김길남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