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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겸손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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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겸손하게 살자
  • 전민일보
  • 승인 2017.06.0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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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산마루를 넘고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 “띵똥!”하며 날아든 문자메시지 하나. 부고를 알리는 문자였습니다. 조금 망설이다가 늦게 보낸 문자였을 것인데 내일이 고인의 발인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녁에 중요한 약속 모임이 두 건이나 있는데 늦더라도 꼭 가봐야 할 자리였습니다.

서둘러서 두 개의 약속을 끝내고 나니 밤 9시. 곧바로 장례식장이 있는 남원으로 달렸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분의 모친상이라서.

그렇게 늦은 밤에 도착한 장례식장. 슬퍼하는 그분을 보듬고 잠시 눈물짓고 나니 자정.

곧바로 전주로 올라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을 놔두고 그냥 올 수 없어서 그분과 마주앉아 세상 얘기 좀 하다가 집에오니 새벽 3시가 되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겨우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4시. 그리고 3시간 눈 붙이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지만 이러한 모습이 요즘 저의 일상입니다. 뭔가는 모르겠지만 나날이 바쁜 일상입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서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늘 보는 전주시내. 아침 햇살에 눈부신 한옥집들. 창문을 열었습니다. 기린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친 몸에 감칩니다. 그리고 멀리 모악산 위에는 낮달이 떠있습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늘 이렇게 힘든 일입니다.

우리네 삶이 아침한옥기와지붕에 부서지는 저 햇살처럼, 아침 모악산위에 떠있는 저 낮달처럼 소박하게 아름다우면 좀 좋으련만, 우리네 삶은 좋은 일보다 슬픈 일이 언제나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생을 살면서 인생이 고단하지 않기를 늘 바라며 살고, 세상을 오래 살면 세상이 좀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분명히 쉬운 인생을 맞이할 것을 기대하면서 일도 열심히 하고 사회생활도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어렸을 때나 청년 때나 지금 어른이 되었을 때나 힘든 것은 늘 매한가지입니다.

얼마전, 봄산의 봄꽃을 보기 위해서 산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핀 진달래를 보기 위해서 올랐는데 헉헉거리며 산을 올랐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만만한 산이었습니다. 오르기에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은 산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산 속에 들어와 오르고 보니 경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이렇게 힘든 일입니다. 다리도 아프고 발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숨도 많이 찹니다.

그런데 저는 힘들어 죽겠다며 산을 오르는데 제 옆에서 봄꽃처럼 웃는 얼굴로, 신나는 재잘거림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산을 오르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고 저사람들은 왜 저렇게 신이 나서 산을 오를까.

그 중에는 가녀린 여인도 있었고, 저보다 훨씬 어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부럽고 신기했습니다.

우리네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사는 것을 보면 부럽기만 한 삶. 하지만 그 사람들이라고 어찌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나는 같은 산을 올라도 너무 엄살을 부리면서 산을 오르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리가 아프니, 허리가 아프니, 목이 마르니, 괜히 올라왔다느니 하면서...

힘든 것은 너나 나나 모두가 마찬가지인데요.

엊그제 어느 분이 보내준 글이 생각납니다.

어떤 노인이 죽은 후 염라대왕을 만나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저승에 데려올 거면 진작 좀 미리 알려주어야 하지 않소!”

염라대왕 왈 “내가 자주 알려 주었노라. 너의 눈이 점점 침침해진 것이 첫 소식이었고, 귀가 점점 어두워진 것이 두 번째 소식이었으며, 이가 하나씩 빠진 것이 세 번째 소식이었노라. 그리고 너의 몸이 날로 쇠약해지는 것을 계기로 몇 번이나 소식을 전해주었노라.”

아무리 바빠도 몸에 신경 좀 써야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염라대왕께서 보내는 신호가 와이파이처럼 자주 잡힙니다. 멀지 않았다는. 조심하라는... 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겸손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씩씩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왕 오르는 산이라면 정상에 오를 때까지 선한 목적으로 올라야하겠습니다. 내려 올 때는 모두를 내려놓고 후회 없이 내려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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