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가로 막힌 휠체어 유권자
승강기·점자안내판 없어 험난
소중한 한표 행사 여전히 불편
“장애인들도 투표 참여하고 싶은데...”
지난 4일 이연호씨(31·뇌변병1급)는 휠체어를 타고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사전투표장을 찾았다. 하지만 수많은 계단에 이씨는 결국 소중한 한 표를 포기했다.
이씨는 “매번 유권자로써 투표를 하기위해 투표장을 찾지만 수많은 계단에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참정권은 언제쯤 보장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에도 많은 도내 장애인들의 투표참여는 힘들 전망이다.
8일 투표가 진행될 전주시 완산구 신흥중학교 체육관. 입구부터 계단이 눈에 수없이 보인다. 9일 이 곳 2층 체육관에서 투표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학교 관계자들이 주변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체육관을 가기위해서는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체육관을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먼 길을 돌아서 구름다리를 건너서 가는 방법이 있다”고도 말했다.
관계자가 말한 곳을 가보았지만 급경사는 아니였지만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경사는 아니였다. 또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시각장애들을 위한 점자안내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른 투표소인 전주시 덕진구 전주장학숙도 이같은 상황은 마찬가지. 계단은 적었지만 경사는 급했고 휠체어가 오르기엔 힘겨워 보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는 보도의 경사각도는 약 3.18도여야 한다. 또 접근로의 재질은 물이 묻어도 미끄럽지 않아야 하며 틈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전주장학숙의 경우 많은 부분 이 같은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장애인들의 투표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9일 대통령 선거일에 치러질 도내 투표소는 모두 615곳이다.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층에서 하는 투표임에도 장애인편의시설이 전무한 곳도 있었다.
최근 장애인 단체들의 계속된 참정권 요구에 선관위는 조금씩 이 같은 사항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장애인 투표 편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내용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투표안내문 ▲왕복차량 등 왕래 편의제공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임시 경사로 설치 ▲투표안내 도우미 지원 ▲장애인 겸용 기표대 설치 ▲시각장애인용 투표보조용구 설치 ▲2인동반 투표 보조 ▲1층 임시기표소 설치 등이다.
임시 경사로 설치의 경우 입구의 작은 계단에만 설치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1층 임시기표소 설치제도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 투표 편의제도를 모두 시행하고 있다”며 “아직 많은 도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가급적 1층에 투표소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을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