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의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즐겨봤던 만화영화 ‘캔디’의 OST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항상 웃는다는 가사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던 ‘감정노동자’와 연상되는 대목이다. 고객에게 욕먹고, 인격 모독을 당하지만 그들은 ‘화나도 캔디처럼…’이라고 되새기고, 요구받으며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감정노동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들이 체감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감정노동자 문제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되새기는 참을 ‘인(忍)’은 내 가족과 자신의 삶을 위한 것이다.
매일 같이 고객으로부터 욕설과 언어적 폭력에 시달려야하는 이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감정노동자 문제는 제도적 안정장치로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본 의원과 이기동·박형배·김진옥·서난이 의원이 공동 발의한 ‘전주시 감정노동자 보호조례’가 제정됐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전주지역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가 제정됐다는 상징적 의미로 끝나서 될 일이 아니다.
감정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건전한 근로문화를 조성해 전주시 감정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협조를 통해서 가능해진다.
감정노동자의 인권침해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됨으로써 감정노동자의 인권이 보호되고 건전한 근로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로만 비정상의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제도로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제도와 사회적 인식변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안타까운 어린 소녀의 죽음을 통해 감정노동자의 문제가 다시한번 사회적 이슈로 조명받고 있다. 언론의 관심과 집중 취재 속에서 시민들도 그들의 고통스러운 업무적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감성과 감정의 동물이다. 몸을 다치는 것 보다 때로는 감정의 상처가 더 깊고, 오랜 상처로 남는다.
감정노동자와 고용주 등을 대상으로 권리보장과 보호를 위한 교육이 조례제정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지만, 감정노동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감정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와 개입도 필요하다.
조례에 따라 감정노동자가 불합리한 처우 및 행위를 당할 경우 휴식할 수 있도록 사업장 내 감정노동자의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 별도의 휴게시설을 마련토록 권고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로 해금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애 예방을 위해 상담프로그램 운영과 감정노동자보호에 대한 안내문 및 사고 발생 시의 대처 요령을 감정노동자가 노동을 하는 사업장 내 고객과 감정노동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부착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보다 근무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회사내부와 고객에 의한 불합리한 요구와 언행은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라는 것을 사용자와 고객들도 인식해야 한다.
감정노동자는 우리의 이웃이다. 그들에게 하루하루는 소중한 삶이고, 순간이다.
서비스 경쟁이 날로 심화되면서 기업은 감정노동자에게 참을 인(忍)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실적만을 위해 인간의 감정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전주시를 필두로 감정노동자의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이번 조례로 마련된 안정장치 이외의 추가적인 논의사항에 대해서도 앞으로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백영규 전주시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