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블록·안내판 없어 불편
해설 방송 음향시스템도 필요
“현장에서 축구열기 느끼고 싶은데...”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월드컵 경기장. 대규모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국제손님 맞이를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U-20 FIFA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은 보이지 않았다. 전반적인 경기장의 안내도에도 점자판은 존재하지 않았다.
도로와 인도가 나뉘는 지점임에도 그들을 위한 배려는 없다.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입구 역시 마찬가지. 티켓을 확인하는 곳을 지나고 관람석을 살펴보자 계단 폭은 좁고 그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은 없는 듯했다.
VIP시설이 있는 곳을 향하자 승강기 버튼 앞 점자블록이 약 5cm정도 되는 것이 보였다. 점자버튼도 있었다. 그 것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시각장애인편의 시설이였다.
U-20 FIFA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지만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사실상 전무해 시설보강이 시급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시설유형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등급 설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안내시설 전체 설치율은 42.2%, 적정설치율은 3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의 건물 유도안내를 위해 설치되는 점자블록은 설치율 31.6%, 적정설치율 26.9%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점자블록이 차량과 보행자가 구분 없이 드나드는 보차혼용 공간에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치된 점자블록의 크기도 30x30센티미터의 표준형이 아닌 보도블록 크기로 제작된 제품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치율이 가장 높은 항목은 경보 및 피난설비 항목이다. 설치율은 78.4%, 적정설치율은 60.9%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전주시 U-20추진단 팀은 이번 보강계획에 점자블록을 추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U-20추진단 관계자는 “장애인 시설을 보강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시스템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면서 “추가적으로 점자블록을 보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경기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안내원을 배치해 안전하게 안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은 “유럽,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직접 축구경기장을 가본 결과 시각장애인 관람객들을 위한 시스템을 한국이 배워야 한다”면서 “가장 먼저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것은 안내표지판·점자블록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송관장은 “비장애인들은 현장에서 장면을 놓치면 화면을 통해 보지만 우리는 직접 라디오를 가져오던가 이어폰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안내해설 방송 음향시스템이 별도로 갖춰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정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