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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노릇 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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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노릇 하기 힘들다
  • 전민일보
  • 승인 2017.03.2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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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태어나 한평생 살면서 사람 노릇 하기 쉽지 않다.

나의 스트레스는 이 ‘사람 노릇’을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은 그 ‘노릇’을 잘하고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러는가?’하면서 자책을 했다.

사람 노릇을 하는데는 우선 돈이 필요하며,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자식 노릇을 잘하려면 부모님의 뜻을 잘 헤아려, 형제간에 우애하고 부모님 일손을 도와드려야 한다. 학업에 열중하면 괜찮은 자식이고, 공부 잘하면 효자 소리를 듣는다.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면 부모에게 용돈을 드려야 하고,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어른에게 삐죽이 돈만 내밀어서는 안 된다. 수시로 문안을 드리고 건강과 형편을 살펴야 한다.

아내와 화합하고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며 직장 일에 매달리다 보면, 고향에 계신 부모는 뒤로 밀리기 쉽다.

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 처음엔 마음이 언짢지만, 이도 차츰 무디어지고 만다.

그러다 애들 다 결혼시키고 손자 소녀를 보면, 할아버지 노릇도 잘해야 한다.

틈틈이 출산, 생일, 크리스마스 등 주요한 날에는 선물을 주어야 좋아한다. 손자 손녀에게 인기가 없는 할아버지는 아들, 딸도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가 여행을 떠날 땐 적은 돈이라도 손에 쥐여 주어야 좋다 한다. 물질이 문제가 아니라 물질을 통해 전해지는 그 마음이 소중한 것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번에는 내가 꼭 쏘아야 할 텐데, 하다가 머뭇머뭇 기회를 놓치고 말기도 한다.

얼마간 용돈이 절약되지만, 찝찝한 기분은 오래 남는다. 인간의 행동은 한번 해보아야 다시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 습관이 들어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도덕적인 행동은 더욱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 노릇을 하며 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는 선수(先手)를 치지 못하는 편이다.

먼저 안부를 묻고 편지나 전화를 해야 하는데, 꼭 뒷북을 치면서 후회한다.

술도 먼저 사면 생색이 나고 비용도 적게 드는데, 답례로 2차를 사면서 빛도 바래고 비용만 많이 든다. 이제는 술을 끊어 그것도 못하니 밥이라도 사야 할 텐데…….

사람대접을 받으려면 친척과 친지들의 애경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문병(問病)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야 뒤탈이 없다.

어쩌다 보면 남의 일로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도 있다. 그게 다 사람 노릇 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고향에 계신 친척 어른들을 종종 찾아뵙고 문안을 올리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어디 그게 쉬운가.

나는 고향 친구들이나 학교 동창 모임에 잘 나가지 않는 편이다.

만나는 친구들은 왜 그리 무심하냐고 한다. 나는 그런 모임에 열심인 친구들이 의아스럽다. 시켜서 할 일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리 생각하면 나는 친구 노릇을 잘 못하는 축에 낀다. 전에는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분단국가에 사는 남자로서 국토방위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병역을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려다 망신당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사회 범죄와 부정에 대하여 적당히 분노할 줄 알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베풀어야 한다. 동료와 후생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덕담도 잘해야 한다.

70을 바라보며 자식들에게 원치 않는 일을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마음뿐이다. 물려줄 것도 별반 없으면서 마음고생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다.

몸이 쇠할수록 정신을 가다듬어 사람 노릇을 하는 노인으로 살고 싶다. 달라고 하지 않고 주면서 사는 노년이 되었으면 할 뿐이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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