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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장을 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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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장을 지진다
  • 전민일보
  • 승인 2017.03.08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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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필자가 출석한 교회와 다른 교회가 서로 통합했다.

필자가 출석한 교회는 교회를 건축하여 빚을 안고 있었고, 다른 교회는 건축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두 교회 교인이 공동의회를 통해 통합을 결정했다. 통합하기 전 많은 목회자가 통합에 대해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통합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건강한 신앙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나왔던 전주와 김제통합론이 이제 가라앉았다.

한때 떠들썩하게 논의한 바 있는 완주와 전주 통합론에 이어 두 번째 생긴 일이다.

양 지역 통합론과 관련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지역주민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인이 통합을 주도한 것이다. 명분은 지역발전을 위해 통합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정치적 속셈이 꽤 자리 잡고 있다.

전주와 김제 통합을 논의하기 전에 전주와 완주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 주인공은 정치인이었다.

찬성하는 입장에 선 사람은 지역발전론을 내세웠고 반대하는 입장에 선 사람은 애향론 깃발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방단체장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결과는 독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난 뒤 잠잠했던 통합론에 다시 불을 지핀 정치인이 있다.

그 사람은 완주나 김제에 살지 않는 사람이다.

전주 모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 전주와 완주를 통합하겠다고 공약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주와 김제를 통합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두 건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바람직한 통합은 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세 지역에 사는 사람이 먼저 바라고 원해야 한다. 그리고 전적으로 지역주민이 주도하고 중심이 되어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통합하여 상생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세인 지역은 통합한 효과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소지로만 시민이 되었거나 큰 지역 이름표를 붙이고 살뿐 삶은 별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디고 낙후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원인을 특정지역을 통합하지 못해 생긴 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이다.

얼마 전 일이지만 우리 지역은 전국적으로 투서가 가장 많은 곳이었다.

그리고 뒷말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학맥과 인맥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만든 이런저런 사당(私黨)이 참 많다.

이러면서 “우리가 남이가?”란 말에 침 뱉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따져 볼 일이다.

지역발전이라고 내건 대의명분이 정치인의 욕망을 포장하는 포장지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자기반성을 통렬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민의(民意)로 왜곡하는 개념 없는 정치인이 우리나라에 부지기수다.

우리 지역 역시 민의(民意)를 오독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정치인이 꽤 있다. 식당이 잘 안된다 하여 간판만 바꾸면 도토리 키 재는 것이다.

주인과 주방장 메뉴까지 다 바꿔야 손님이 모인다.

지역 여론을 귀담아듣지 않고 정치인이 불쑥불쑥 꺼내는 통합론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손에다 장을 지진다.”는 말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문제를 두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이런 때 써야 한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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