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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바다 물고기들에 비춘 유소년기 고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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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바다 물고기들에 비춘 유소년기 고독과 삶
  • 박해정 기자
  • 승인 2017.02.26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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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권 시인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펴내
▲ 박형권 시인

한국 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모악시인선’의 다섯 번째 책으로 박형권 시인의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이 나왔다.

‘농경적 상상력’과 ‘현실주의적 상상력’으로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해온 박형권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가덕도’에서 보낸 유소년기의 고독이 담겨 있다.

‘섬’처럼 외로웠으나 ‘섬’처럼 우뚝하고자 했던 시인의 삶은 군수, 짱뚱이, 쑤기미, 술배이, 보리문주리 등 가덕도와 부산, 마산, 진해의 바다를 떠도는 물고기들에게 실려 있다.

박형권 시인은 어류의 생태와 사람의 살림을 등치시켜놓고 교묘하게 맞닿는 접점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삶의 고비마다 문득 전해오는 어신(魚信)을 낚아채고자 하는 욕망은 늦은 챔질처럼 헛손질도 하지만 가덕도에서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가덕도는 한 번도 시인을 빈손으로 세상에 내보낸 적이 없다. 가덕도는 “인생 앞에서 누구나 고요히 머리 숙이는 것”을 가르쳐주줬고 시인은 가덕도를 통해 “자기가 자기에게 중독되지 않을 만큼 독을 머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망한 바다를 앞에 두고 한 없이 작아지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라면 그 바다에 맞서 스스로 고독한 섬이 돼 견디는 것은 인간의 삶이다.

시집에 등장하는 50여 종의 어류는 유소년기를 형성했던 시인의 모습과 겹쳐 읽힌다. 가덕도는 모든 생명이 나고 자라 궁극에는 그곳에 깃들어 있다.

정일근 시인은 “이번 시집 원고를 읽으며 나는 이 시집을 ‘박형권 어보(漁補)’로 정의한다. 시집에 등장하는 50여 마리의 물고기가 그렇다.

시인의 생은 부산, 가덕도, 진해, 마산 등의 바다를 떠돌며 살았다. 그 물고기들이 이 시집에서 시인의 맑고 푸른 청춘의 남쪽 바다에서 싱싱하게 튀어오른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가덕도에서 유년을 보냈으며 경남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대시학’에 시 ‘봄, 봄’이, 2013년 ‘한국안데르센상’에 장편동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가 당선됐다.

시집 ‘우두커니’와 ‘전당포는 항구다’, ‘도축사 수첩’,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 ‘웃음공장’,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나무삼촌을 위하여’, 청소년소설 ‘아버지의 알통’ 등을 펴낸 바 있다.
박해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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