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3월 송하진 도지사는 당시 전북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현장 최고위원회석상에서 “장·차관은 아니어도 좋으니 중앙정부 요직 국·과장 자리에 전북 사람이 몇 명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지역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지닌 도지사의 이 같은 표현 속에서는 전북이라는 주홍글씨가 얼마나 벅찬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북도지사가 정부와 정치권에 공개적으로 읍소한 사례는 전임 김완주 도지사 때도 있었다.
김완주 전 지사는 지난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이른바 새만금 감사편지를 보낸 것이 뒤늦게 알려져 곤혹을 치렀다. 김 전 지사는 퇴임식에서 당시 왜 그런 편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뒤늦게 털어놨다.
당시, 정부가 물동량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새만금 신항만 건설계획 백지화를 검토해 대통령의 관심과 지역에 대한 배려를 이끌어내고자 고육지계로 보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읍소 할 수밖에 없는 전북의 현실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도지사는 전북발전과 도민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읍소하고 자세를 낮출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읍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전북출신 무장관·무차관은 차치하더라도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 중 전북출신을 찾기 힘든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정지역 출신을 인사에서 배제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중앙부처에 근무 중인 전북출신 인사들 중 일부는 자신의 출신지가 ‘전북’이라는 것을 숨기거나, 아예 출신지 세탁까지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 향우회 모임을 주선해도 가장 잘 모이지 않는 것이 전북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피해의식이 막연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전북출신이라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개인적인 판단이 우선시 됐겠지만, 이 또한 현실이기에 서글프다.
정치적으로 전북도민들의 인식은 패배주의에 젖어버린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고향이 전북이라는 사실조차 숨겨야하는 현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전북 몫 찾기가 추진 중이다. 호남의 틀에서 벗어나 전북만의 독자권역 설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전북 홀로서기가 호남분열이자, 소지역주의라고 치부하는 정치적 시각부터가 전북은 호남의 서자로 머물러 있으라는 편향된 시각이고 인식이다. 전북 몫 찾기는 인사부터 시작돼야 한다. 차기 대선후보들은 탕평을 내걸고 있어 이번이 좋은 호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