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은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전주시 보행자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차 없는 거리’에도 보행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보행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 대기하는 줄에 밀려나고, 전동퀵보드에 위협받고...
16일 오후 전주 한옥마을, 따스한 날씨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손을 잡고 나온 연인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여행 온 학생들 등 다양했다. 많은 길거리 음식도 팔고 있었다. 가게 앞 인도는 길거리 음식을 사먹기 위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점령 당했다.
길을 걷던 시민들은 인도에 길게 늘어선 줄에 차도로 밀려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옥마을에 돌아다니는 전동 퀵보드는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보행하고 있는 관광객들을 위협했다. 심지어는 길을 비켜주지 않자 전동 퀵보드 운전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박모씨(34·남)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왜 전동퀵보드가 돌아다니냐”며 “우리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은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퀵보드는 ‘배기량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정격출력 0.59kw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에 해당해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어 있다. 따라서 차도 위에서만 주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최고시속 20km에 불과해 차도에서 주행하기엔 위험이 따르기에 시민들은 차도와 인도를 구분할 것 없이 어디서든 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의회 이미숙 의원(도시건설위, 효자3,4동)은 "한옥마을의 차 없는 거리에 전동킥보드가 활개치고 있어 부상 등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관광객도 있어 이에 따른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주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 한옥마을 인도 블록, '깨지고 튀어나오고‘ 하이힐 신은 여성들 “불편해요”
한옥마을을 걷다보면 일부 인도 보도블럭이 깨지고 튀어나온 곳이 많다. 때문에 하이힐을 신고 지나다니는 여성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말이 되면 차량의 출입을 막고 차도로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다. 그러나 차도 블록은 사이사이 하이힐의 뒷 굽이 빠진다.
한옥마을에서 만난 양모씨(35·여)는 “차도로 나가게 되면 힐 뒷 굽이 푹푹빠져 넘어질 뻔했다”며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도 걸을 수 있도록 평탄한 보도블럭으로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옥마을에 설치된 보도블럭은 전통을 살릴 수 있도록 설계가 된 것이다”며“깨지고 튀어나온 인도에 관해서 민원이 들어오면 곧바로 보수하겠지만 이미 설치되어 있는 도로를 전면적으로 보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