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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사는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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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사는 새우
  • 전민일보
  • 승인 2017.02.1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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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사하라 사막 안에 있는 새우양식연구센터 야외양식장에서 알제리 정부 관계자와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연구원 연구자들이 얼마 전 양식한 새우를 수확했다.

국내 연구진이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새우를 양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막은 물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수온이 높고 염분이 일정하지 않아 새우를 양식하기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연구원이 지난 2008년 개발한 ‘바이오 폴락’ 기술을 접목해 벽을 문으로 만든 셈이다.

‘바이오 폴락’은 생물이 자라면서 배출하는 노폐물을 미생물로 정화하여 다시 사용하는 친환경기술이다.

이 기술을 쓰면 양식장 물을 갈아 줄 필요 없고 수온을 수개월 동안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유지비용이 적게 들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새우는 양식을 하더라도 바다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지하수 물을 끌어올리긴 해도 사막에서 새우를 기를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친환경기술 덕분이다.

사막에서 새우 양식을 가능하게 한 ‘바이오 폴락’기술 핵심은 노폐물을 미생물로 정화하는 것이다.

정화(淨化)는 더러운 것을 없애고 깨끗하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기술을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없을까? 마음을 잘못 먹으면 마음에 묵은 때가 낀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마음속에 분을 품을 수 있고 괜히 사람을 미워할 수도 있다.

나와 달리 생각한다 하여 적대감을 갖거나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하여 서운해 할 때도 있다.

한날한시 빠뜨리지 않고 글 한 조각이라도 꿰매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런데 마음속에 좋은 생각을 품지않으면 글감이 손 우물에 갇힌 물처럼 빠져나가고, 시상(詩想) 오는 길목은 막히고 만다.

이런 상태에서 글을 쓰면 언어는 깨진 사금파리처럼 각이 예리해져 볼품없이 되고 만다.

뒤돌아보면, 허약한 내 언어에 위선의 외투를 입히고 악한 모습을 가리려고 선한 척한 색을 덧칠할 때가 많았다. 맘속에는 수많은 전갈이 우글거리는데, 양의 탈로 낯을 가릴 때도 있었다.

이웃과 담을 허물고 그곳에 화단을 만들지 않으면 사막이나 다름없다. 힘있는 사람에게는 굽실거리고 약한 사람은 우습게 여기는 생각이 자라는 곳도 사막이다.

힘들어하는 사람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는 세상도 사막이다. 비 맞는 사람을 보고 우산을 받쳐준 사람이 없는 곳도 역시 사막이다. 힘없고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그가 한 말을 음악처럼 듣지 않는 땅도 사막이다.

나 역시 사막이었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과 차 한 잔 마실 시간 내주지 못했고 마음을 넓게 퍼주지 못했다.

내 욕망의 그릇을 먼저 채우려 했지 다른 사람 빈 그릇을 외면할 때가 많았다. 혹한이 들이닥쳤을 때 내 손끝 시린 것을 아프게 생각하면서 냉방에서 지내는 사람이나 노숙자의 한기를 망각했다.

어둠 속에서도 불빛 주변은 밝다. 빛이 자신을 끊임없이 내어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끊임없이 내어주지 못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새우가 자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말은 사하라 사막에서 새우를 기르지 않았을 때 이야기이다.

지금은 노폐물을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한 ‘바이오 폴락’이란 기술을 이용하여 새우를 키우고 있다.

설날 팔짱 끼고 줄 선 휴일 마지막 아침, 사막 같은 내 마음 밭에 사랑과 배려, 베풂과 나눔, 이타와 희생, 낮춤과 겸손의 미생물을 분양받으려 한다. 그리하여 내 마음을 정화하여 새날부터 더 넓고 멀리, 더 밝고 환한 꽃을 피우며 살고 싶다.

간밤 무성하게 내린 비에 앞산 잔설 가물가물해지고 초록 두드러진 허공을 배경 삼아 몇 마리 새가 새우처럼 폴짝폴짝 날고 있다.

빗물에 눈 녹은 물까지 합세하여 한결 깨끗해진 산물이 도랑을 길 삼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잔돌에 수없이 부딪히고 모래 틈을 빠져나가 강에 이르면 그의 몸에서 풀냄새 진동하리라.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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