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익숙한 생활 속 풍경이지만, 생수를 사먹는 시대가 도래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수자원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된다. 수자원을 놓고 전쟁이나 대립하는 세계적 사례가 적지 않다. 각국은 수자원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물이 부족한 세상에서 벌어질 일들은 끔찍하고, 인류생존과도 직결된다. 그런데 우리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20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할 수 있다.
1리터 생수한병 평균 가격이 1000원인데, 생수 1000개분의 수돗물이 500원도 안 받고 공급되는 지역이 적지 않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발표한 2014년 통계에 따르면 3인가구의 월 평균 상수도 요금은 1만3264원이라고 한다.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불거져 정부와 정치권이 대안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상수도 요금은 전기요금 보다 3.5배나 더 저렴하다. 전기가 없으면 불편하지만, 물이 없으면 생존과 직결된다.
상수도 요금 현실화 필요성에 대해 총론적 측면에서 공감하지만, 각론에서 의견이 갈린다.
전북은 연간 2억5873만1000㎥ 상수도가 공급되고 있지만 땅속으로 새는 수돗물이 무려 5993만1000㎥에 달했다. 23.2%의 누수율은 가볍게 넘겨서 될 일이 아니다.
누수율은 곧 돈이고, 경제적 부담이다. 누수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후상수도 관로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 돈이 막대하기에 재정력이 열악한 지자체의 큰 부담이다. 국비가 최근 지원되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방 상·하수도 요금을 현실화할 것을 전국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을 반기는 주민들은 없다. 공적인 영역에서 경영논리가 모든 것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하수도는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인프라지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부과로 지방재정 운영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는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매년 상수도 누수로 인한 손실이 500억원을 넘어선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은 상하수도 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곳이 많아 원가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하수도 요금에 대해서는 이제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미래의 기후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비할 시간이 있을 때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역의 실정을 감안해 획일적인 목표치 제시보다는 탄력적인 요금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요금현실화의 당위성에 대한 홍보활동도 전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