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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반기문의 같은 꿈 다른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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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반기문의 같은 꿈 다른 U턴
  • 전민일보
  • 승인 2017.02.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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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운전 방식을 직선 도로로 간 다음, 180도로 회전해 반대 차선으로 회전하는 행위나 교통 체계. 유턴(U-Turn, U턴)의 백과사전적 의미를 정의해 놓은 말이다.

유턴하는 차량들의 유턴 사유는 보통 잘못 가거나 이정표를 모르거나,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이거나, 도로의 진행방향 반대편의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로 차 떼고 포 떼고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어쨌거나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새 우리는 성큼 다가선 벚꽃대선 일정 속에서 ‘대권’이라는 같은 꿈을 꾸었던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두 사람이 보여준 전격적이라는 점에선 같았어도 내용면만 놓고 보면 달라도 너무 달랐던 두 가지 유형의 U턴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첫 번째 유턴 주자는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정론 관에서 측근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전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점점 낮아지는 지지율에도 불구, 최근까지 더불어 민주당 경선 룰에 대한 강한 어필과 박원순 식 특유의 서민행정으로 잠재적 유권자 프리즘을 확대해가고 있던 터라 불출마선언은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쏘아대며 날선 대립각을 세워대던 박 시장의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에 뜨악해하고 서운해 하던 사람들이 불출마 선언 이후 다시 박원순 서울시장을 응원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게 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불출마 선언을 결심한 그의 이유가 울림을 주기 때문.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이 얼마나 멋진 고해성사인가! 그렇다. 백 번 지당하다.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은 국민이 지지를 거두는 순간 그 존재이유는 없는 것이고 또 없어야 하는 게 맞다.

박 시장은 누구 탓도 하지 않고, 오직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신만 탓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아름다운 그의 U턴에 ‘차기에는 꼭’이라는 장밋빛 응원의 말로 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이리라.

두 번째 U턴 주자는 2월 첫날을 ‘대선 불출마 선언’이라는 깜짝 뉴스로 열어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불출마 뜻을 밝히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나타나기 직전까지 일정을 계획대로 소화했고 오전까지도 대선캠프 전열을 새로 가다듬는 작업이 진행될 만큼 참모진마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깜짝 발표’였다고 하니 말이다.

지난 1월 12일 귀국 후 겨우 20일 만에 정치를 접었던 것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스텝이 꼬여도 한참이나 꼬여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배출한 첫 유엔사무총장이었고 미우나 고우나 10년 동안 국위를 선양하던 분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데 위로하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여기저기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해답은 그의 불출마 선언문에 있다.

그는 자신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오히려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했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도 했다.

눈을 씻고 봐도 ‘내 탓’은 없고 기승 전 남 탓, 온통 ‘주위 탓’뿐이다. 박원순 시장의 U턴과 묘하게 대비가 되는 반 전 총장의 U턴 모습인 것이다.

모름지기 물러나는 사람은 군말이 없어야하지 않을까?

초보 운전자들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상황 중 하나는 멈춰서야 하거나 빠져나가야 할 곳을 지나치는 일로 이럴때 방법은 하나, 차를 되돌려 돌아오는 것뿐.

그러나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U턴 표지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교차로에서 U턴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러나는 뒷모습이 아름답다면 그간의 실수도 묻히는 법, 사퇴 이후 격려가 이어지고 있는 박원순 시장과 사퇴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같은 꿈을 꾸었던 두 사람의 ‘내 탓’과 ‘남 탓’의 달라도 너무 달랐던 U턴 법을 눈여겨 볼일이다.

홍현숙 전주시 다울 마당 운영위원,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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