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전주한옥마을에 나들이를 나선 적이 있다.
고풍스런 한옥과 삼삼오오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여전했고,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가게가 있었다.
바로 VR(가상현실)기기를 이용한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가게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놀이기구 종류를 스크린에서 선택했고, 진동의자에 앉아 VR기기를 즐겼다.
체험이 끝난 사람들을 살펴보니, 실제 놀이기구를 탔던 것처럼 힘들어하거나, 즐거워하는 여러 가지 표정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한옥과 가상현실의 조화는 쉽게 매칭이 되는 부분이 아니었지만, 두 분야의 만남은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문화 콘텐츠를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사회 모습의 변화는 혁신(革新)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사례처럼 혁신은 기존 산업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시장을 넓힐 뿐만 아니라 기업이 속한 산업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혁신이 중요하다고 깨달은 기업들의 행보는 정말 무섭다. 실제로 미국의 구글은 변화를 위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 인터넷 검색 업체로 시작한 구글은 그동안 축척해왔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했고, 우리나라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결에서 이겼던 알파고의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는 도요타가 아니라 구글과 같은 기업일지도 모르겠다.
혁신은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첨단산업이 다소 괴리감이 든다하더라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스스로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한다.
특히 전북 지역내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가장 높은 제조업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다. 혁신의 첫 걸음은 ‘스마트팩토리’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제조업과 ICT를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재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과정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모든 생산데이터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각 부문이 긴밀하게 데이터를 주고 받으면서 생산 효율성은 높이고 제품의 결함 발생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존 중소 제조업의 환경에서는 어려웠던 고객맞춤형 제품을 최소비용과 시간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인천에 소재한 유망 중소기업은 실제로 스마트팩토리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이 기업은 비데 핵심부품인 댐퍼 생산라인에 ICT를 접목하여 부품의 품질을 대폭 향상 했고, 실시간으로 정보공유가 가능한 덕택에 적시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재고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후 일본 도시바의 신뢰를 얻어 약30억 달러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제조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없었던 상황에서 스마트팩토리의 등장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북 제조업의 고령화 현상과 미스매치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팩토리의 도입은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2020년까지 스마트팩토리를 1만개 보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올해 초 스마트팩토리지원 가이드라인을 공고하고, 전국을 돌며 스마트공장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북 중소 제조업은 노후화된 설비와 가격 경쟁력 등의 제약으로 인해 시장에 좋은 기회가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대기업의 하청업체 신세를 모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제품에 대한 품질과 가격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한 중소 제조혁신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
현준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