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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 전주지법, 고정사건 국민참여재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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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 전주지법, 고정사건 국민참여재판 진행
  • 임충식 기자
  • 승인 2017.01.18 0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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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된 조모씨 배심원 앞에 서,

“억울합니다. 난 훔치지 않았습니다”

17일 전주지법 1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70대 노인이 “난 절도범이 아니다. 훔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법정에선 피고인은 조모씨(71). 조씨는 지난해 5월 18일 오후 2시 30분께 같은 마을(김제시) 주민의 집에 있던 조경석 3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조씨는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됐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까지 신청했다.

법원은 조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전경호 공보판사는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재판의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면서 “벌금 액수를 떠나 생활밀착형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참여 재판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약식기소된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기는 이번이 전북에선 처음이다.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배심원은 이날 법정에 나온 29명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됐다. 8명(예비 1명)의 배심원이 확정된 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변론에 나선 홍의진 변호사(국선)는 피고인이 수레로 돌을 가져간 것은 인정하지만 절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돌 3개를 손수레를 이용해 가지고 나온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조경석으로 보이는 돌이 아니었고, 또한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농수로에 쌓아 올린 모래 포대가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 후에 남은 폐석이라고 생각하고 돌을 가져간 것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오후 2시 30분이라는 범행 시각. 발생장소가 바로 옆집인 점, 돌의 가격이 고작 몇 만원 정도에 불과한 점, 범행이 발각될 것을 알면서도 손수레로 3번에 걸쳐 옮긴 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도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오후 5시, 재판에 참석한 7명의 배심원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다른 이유를 떠나 남의 집 안에 있었던 돌을 허락도 없이 가져간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판단에서다. “돌을 나르기 전에 주위를 살피는 등의 행동을 했다”는 당시 수사 경찰관의 증언도 배심원들의 유죄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제3형사부(재정합의부)는 배심원의 평결에 따라 조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그리고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약식명령을 받은 금액과 같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선고 후에도 조씨의 억울함은 쉽게 사라지질 않았다. 재판을 마친 뒤 부인과 함께 법정을 나선 조씨는 “벌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도 억울하니까 재판까지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라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조씨는 “그래도 시민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나마 위안거리였다"며 "변호사님 고생하셨다”라는 말을 남기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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