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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확산으로 살처분 인력 ‘트라우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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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확산으로 살처분 인력 ‘트라우마’ 심각
  • 윤동길 기자
  • 승인 2016.12.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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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1466명 투입, 고위험군 836명 분류
▲ 전북도청 5급이상 간부 135명이 AI 살처분 지원을 나선 가운데 26일 김일재 행정부지사가 김제 용지 한 농장에서 살처분을 하고 있다.<사진=전북도청 제공>

전북지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규모가 230만수를 넘어서면서 공무원까지 대거 투입되면서 농장 종사자와 살처분 참여인력에 대한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그대로 매몰하거나 분쇄하는 작업을 현장에서 참여 또는 지켜보면서 극심한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읍과 김제, 고창, 부안 등 도내 4개 시군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112개 농장, 233만1000수의 닭과 오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139만2000수에 대한 살처분이 완료됐으나 도내 최대 산란계 밀집지역인 김제 용지면에서 AI가 발생하면서 한꺼번에 살처분 규모가 늘어나 인력이 딸리고 있다.

이번 'H5N6형' AI 바이러스는 기존 ‘H5N8형’가 최대 21일간의 잠복기를 보인 것과 달리 1주일 이내에 증세가 나타나고, 빠른 확산으로 조기 살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는 26일부터 김일재 행정부지사를 필두로 실국장 등 5급 이상 간부공무원 270여명을 2개조로 편성해 살처분과 매몰 작업에 투입해 27일까지 조기 완료할 방침이다.

지난 25일까지 살처분과 매몰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1466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직접적으로 양성판정이 난 농장에서 작업에 참여,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인원은 836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인체감염 증세를 보이는 작업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작업인부 A모씨가 기침과 몸살 등의 증세로 보건소에 신고해 조사한 결과, 유행성 계절인플루엔자로 확인됐다.

하지만 투입인력 대부분이 살처분 경험이 아예 없는데 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고 있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또한 살처분 투입에 따른 예방접종과 1주일분의 타미플루 처방에 대한 거부반응도 크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정읍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던 50대 인부가 사망했고, 지난 2011년 구제역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충남의 한 축협 직원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하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군병력 투입은 극히 제한적이고, 직접적인 살처분과 매몰작업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살처분 참여자의 자살사건으로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거센 항의로 초소운영 등의 간접적인 업무만 지원하고 있다. 전북지역은 100여명이 지원되고 있다.

이날 살처분 작업에 첫 투입된 도청 A모 팀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산채로 매장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 고통이 크다“면서 ”비까지 내린 탓인지 동료들도 살처분 작업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주와 종사자들의 정신건강 위험성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자식과 같은 닭과 오리가 매몰되는 수간을 모두 지켜보면서 정신적 충격과 막막함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내년 1월부터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현재에는 각 시군과 보건소를 통해서 능동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AI 인체감염 증세는 도내지역에서 단 한건도 없으며, 각 시군 보건소와 정신건강센터 등과 연계해 능동감시와 심리상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내년 1월부터는 고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윤동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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