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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원의 후보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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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원의 후보생들
  • 전민일보
  • 승인 2016.12.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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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된 손자는 유아원에 가고 다섯 살짜리 손녀는 유치원에 간다. 아흔 살 할머니는 어디로 가야할까?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에 가야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 곳에 가는 할머니는 행복한 노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니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그런데 그런 시설에 가지 못하는 노인이 있다. 자유스럽게 걷지도 못하고 치매기가 있어 자기를 잃어가는 노인은 갈 수가 없다.

지난해에 우아동을 지나며 ‘노치원’이라는 플랜카드를 보았다. 유치원은 있어도 노치원은 처음 보는 말이었다.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오늘 평화동에서 또 노치원생을 모집하는 플랜카드를 보았다. 내용을 읽어 보니 뇌졸중, 치매, 기타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모신다는 거였다. 결국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듣기 좋게 부르는 말이다. 장기에 걸쳐 모시기도 하고 하루나 며칠을 보호해 드린다는 것이다. 백세시대에 살고 보니 별스런 시설이 다 있구나 하고 웃었다.

오늘도 80대 친구 몇이 학산 등산을 했다. 이제 정상에는 가지 못하고 학소암 위까지만 갔다가 쉼터에서 쉬며 다과를 먹었다. 친구 o가 j가 가져온 오미자 술을 맛있게 마셨다.

자기도 안주를 가져왔다며 배낭에서 꺼내어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는 배낭을 뒤지며 술병과 안주를 찾았다. 아침에 분명히 넣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단다.

자세히 보니 이미 꺼내어 겨드랑이에 끼고 찾은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한바탕 웃었다.

다른 친구 L이 ‘나도 한마디’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등산을 마치고 당구장에 가서 당구를 쳤단다.

저녁때가 되니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었다. 나오다 보니 배낭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배낭 못 보셨습니까.”하니 “짊어지고 배낭을 찾느냐.”하더라는 것이었다. 자다가도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다.

우리의 뇌세포는 태어날 때에는 약 500억 개나 된다. 이런 뇌가 하루에 약 20만 개씩 소멸 된다고 한다. 모두 없어지려면 250년이나 걸리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자꾸 잊어버리고 실수가 많아진다. 어디에 가려고 나가다가 버스카드를 가져가지 않아 되돌아오는 것은 다반사이고 약속해 놓고 깜빡 잊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올 여름에는 모임이 있어 약속하고 달력에 크게 써 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나가지 않았다. 전화를 받고서야 불이 나게 택시로 간일도 있다.

뇌세포는 세포의 수가 문제가 아니고 세포사이의 연결고리인 스넵스가 발달 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나의 세포에서 수많은 스넵스가 나와 다른 세포와 연결되어야 활동이 활발해 진단다.

그리고 이 스넵스는 나이가 들어가도 계속 연결이 된다니 다행이다. 기억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두뇌 활동을 많이 하여 이 스넵스가 발달하도록 해야 한다.

어려서도 노망 들렸다는 말을 들었다. 오래 살다보면 두뇌활동이 멈춰서 노인이 어린이 짓을 하고 애먼 소리를 잘 했다. 오늘날 치매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 되니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생체현상이다.

우리 주위에서도 많이 보는 일이다. 한 후배는 어머니의 치매로 집에서 보살피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조금만 한눈팔면 밖으로 나가 찾지 못하여 헤매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여 고난을 겪었다. 마음씨가 선량한 후배라 아무런 표시 없이 모셔서 효자라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내가 언제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가 감히 생각이나 하고 있겠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할 수도 있는 일이지.

그 때를 생각하여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해야 하리라. 책을 날마다 읽고 일기라도 계속 쓰거나 수필을 빚을 일이다. 시간이 나면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하다 못하면 게임이라도 자주 하여 머리를 굴려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인물들도 치매에 걸리고 이웃에서도 여기저기에서 치매환자가 나오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누구나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한 사람만 걸려도 온 집안이 고통을 겪게 되니 자손들도 염려가 많을 것이다.

나 하나라도 노치원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하겠다. 컴퓨터에 앉아 글이라도 한 편 쓰려한다.

김길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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