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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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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 앞에서
  • 전민일보
  • 승인 2016.12.2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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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우산을 받쳐 들고 빗길을 걷는다.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핀다. 도로엔 형형색색의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사람들은 총총 걸음으로 제 갈 길을 간다. 그 모습에서 세밑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그렇다. 또 한 해가 저문다. 날이 가고 달이 가서 1년365일이 다 되었다. 뭐든지 끝을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휑하고 아쉽다.

해마다 겪는 한 해의 아쉬움은 이제 연례행사가 된 것 같다. 그만큼 우리들은 늘 부족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다. 특히 올해처럼 경제가 좋지 않을 경우, 많은 사람들은 연말 우울증을 겪는다. 무엇보다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무기력을 느끼기까지 한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할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몸은 늙고 목적한 바를 이루기 어렵다. 결코 비관론을 들먹이거나 신세타령이 아니다.

인간은 백년도 못살고 죽는다. 그런데도 인간은 천년 만년 사는 것처럼 착각한다. 기대수명이 늘어 백세에 육박한다 해도 인생은 거의 백년 안팎의 삶이다.

참으로 인간은 언제 죽을지 알 수가 없다. 20~30대에도 죽고, 40대에도 죽는다. 각종 사고로 죽고, 질병으로 죽는다. 한 시간 앞을 볼 수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인간은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치면 운명론과 숙명론을 곧잘 들먹인다. 그리고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명제를 떠올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은 인류의 기원 이래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영원한 물음표이다.

위대한 사상가, 철학자, 종교적 성인들이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과 해답을 내렸지만 여전히 교과서적인 결론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인간의 어떠한 지식이나 철학도 인생문제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데 유독 성경만큼은 명쾌한 해답을 준다고 기독교인들은 자신있게 말한다. 즉 성경은 “인생은 무엇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정답은 너무 쉽고 간단하다.

예수 믿고 구원 받으면 끝이다. 그러면 죽어서도 천국에 간다. 참 싱거운 정답이다. 단, 예수를 믿되 하나님을 의심하지 말고 진중하게 믿어야 한다. 이리 쉬운 정답이 또 어디가 있을까?

불교는 어떤가. 불교의 인생문제의 해답은 ‘마음’이다. 마음이 지옥을 만들고 마음이 극락을 만든다. 마음이 인격의 주체이며, 삶의 나침반이다. 물론 그 마음에는 근원적 의식과 표면적 마음 등 다양한 중층(重層)구조가 있다.

다시 철학적 물음이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불행이 있어 행복을 느끼고 고통이 있어야 만족을 느낀다.”고 하였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고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고뇌를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여 즐기자는 것이다. 심지어 쇼펜하우어는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말고 수용하라고 했다. 그러나 죽음이 어찌 두렵지 않으랴. 인간이 가장 두려운 게 죽음이다.

죽음은 신께서 인간에게 내린 가장 잔인한 극약처방이다. 죽음은 인간의 이성을 말살시킨다. 죽음은 상상 그 자체로서 공포다.

과연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이란 내가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죽음은 대자연의 사이클의 이동일 뿐이고, 대자연이 인간의 죽음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듯이 우리 인간 역시 죽음에 대해 슬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왜냐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세상의 그 어떤 어려움도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이 어찌 맘대로 되겠는가.

2016 병신년(丙申年)이 서서히 저문다. 올해는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결국 거대한 촛불의 분노로 표출됐다.

이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고 시국이 소란해도 세월은 여지없이 간다. 역시 난마처럼 엉켜 있는 우리네 삶도 세월과 함께 가고 있다. 자연과 우주의 질서는 한 치의 오차가 없다. 흐르는 세월 앞에서 인생의 너스레를 늘어놓았지만,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사는 게 철칙이다.

신영규 월간 수필과비평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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