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왔고 또 당연히 부양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핵가족화 등 가족의 구조가 변화하고 여성의 취업증가 등으로 가족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노인에 대한 부양 및 보호부담 등 사회전반에 노인과 관련된 시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체계가 안정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열악한 환경에서 의존적인 노부모를 수발하는 성인자녀의 부양부담은 가족간의 갈등관계를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학대는 노인과 자녀, 고부간, 배우자, 형제자매 등 원인이 복잡하게 엉켜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가족발달단계상 자녀를 모두 떠나보내고 노인부부만 남게 되는 빈 둥지 시기가 가족구조의 변화로 과거에 비해 점차 길어지고 있다.
노년기 부부생활은 부부 모두에게 새로운 적응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남편의 경우에는 은퇴이후 생활적응을, 아내는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대한 적응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노인부부만의 친밀감과 애정이 더욱 강화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부간에 심한 갈등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여러 가지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으로 발생하며 노인자신과 가족, 사회, 문화적 요인이 얽혀 나타나고 있어 접근하기 미묘한 이슈이다.
또한 학대의 노출이 비교적 쉬운 경우에는 학대에 대한 대처방법의 개선이 쉬운 반면, 우리처럼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문화권 내에서는 은폐 가능성이 높아 학대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법으로 학대상황을 벗어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노인학대는 가정 내에서 가족에 의해 주로 발생하며 그로 인한 문제는 가족이 해결해야 된다는 사회·문화적인 특성으로 노인학대는 가정폭력 중 가장 은폐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라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12년동안 노인학대 등 노인인권침해 문제해결을 위해 상담을 하면서 노인학대를 경험한 경우에 대체적으로 학대피해노인이 학대사실 노출을 꺼려하고, 학대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도가 낮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보다는 학대사실을 숨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전라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15년도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노인학대가 90% 이상이 가정 내 학대로 배우자, 자녀들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고, 신고자의 현황은 주변에서 학대를 보다 못해 관련기관 종사자나 이웃이 신고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노인들은 새로운 상황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였을 때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 등으로 한번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학대는 축적된 스트레스 혹은 단일한 스트레스적인 사건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부모를 돌보는 성인자녀의 역할반전과 경제적부담의 결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학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노인과 일반노인을 비교해 볼 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높고 섭식장애, 두통, 우울, 불안, 혼란과 분노 등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심각한 노인학대가 발생하기까지는 학대피해노인 및 학대가해자의 개인적 특성과 정신건강 및 신체적 상황, 가족의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 대인관계와 가족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사회적 및 경제적 요인 등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노인학대는 다른 분야의 가정폭력과 구별되는 시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노인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적절하게 개입하기 위하여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정미순 전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