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박물관(관장 이동희)은 진본 태조어진(국보 제317호)과 함께 새로 모사(模寫)한 태조·영조·철종 어진을 공개하는 특별전 ‘다시 태어난 어진’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9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어진박물관 어진Ⅰ·Ⅱ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며 개막식은 9일 오후 4시 어진박물관에서 열린다.
경기전 경내에 위치한 어진박물관은 국내 유일 왕의 초상화 전문박물관으로 기존에 사진으로 전시해오던 몇몇 어진을 보완하고 어진과 관련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2015년부터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어진제작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현존하는 태조·영조·철종 어진을 토대로 신규 어진을 모사하는 것으로 유리원판으로만 전해오던 준원전 태조어진과 홍룡포로 갈아입은 경기전본 태조어진, 불에 탄 부분을 복원해 모사한 철종어진, 원본대로 반신상으로 모사한 영조어진 등 4점의 어진을 새로 제작했다.
경기전 홍룡포본 태조어진은 전통 초상화가로 잘 알려진 권오창 화백이 모사했다. 경기전 태조어진(국보 제317호)의 복색을 청색에서 홍색으로 바꾸어 그린 것으로 용안을 포함해 절반가량이 소실된 상태로 남아있는 홍룡포본 태조어진(1900년 제작,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참고해 그렸다.
준원전 청룡포본 태조어진은 유리원판으로만 전해오던 준원전 태조어진을 추정해 그린 것이다. 이 유리원판은 일제강점기에 촬영한 것으로 사진 속 태조는 검은 수염을 기른 장년의 모습이다.
이 어진 역시 권오창 화백이 그렸으며 사진 속 어진의 크기를 추정해 현존하는 태조어진 가운데 가장 큰 화폭에 담았다.
두 점의 태조어진은 어진Ⅰ전시실에 나란히 전시돼 태조의 장년기와 노년기를 한 눈에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새로 제작한 반신상 영조어진은 1744년(영조 20)에 제작한 것을 1900년(광무 4)에 이모한 영조어진(보물 제932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모사한 것이다. 미술해부학 박사이자 얼굴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조용진 교수가 그렸다.
철종어진은 1861년에 제작돼 현재는 반이 불탄 상태로 남아있는 철종어진(보물 제1492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새로 모사한 것이다. 지역 화가인 이철규 예원예술대 교수가 불탄 부분을 추정 복원해 모사했다.
이외에도 기획전시실에서는 어진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전시가 마련된다.
어진을 그릴 때 사용하는 재료와 도구뿐만 아니라 그리는 과정이 사진과 그림견본 등을 통해 소개돼 어진제작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실 중앙에는 어진을 그릴 때 사용하는 내왕판(來往板) 위에 앉아 어진화사가 되어보는 포토존도 마련돼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태조어진 진본도 함께 공개된다. 어진박물관은 매년 개관일에 맞춰 진본을 공개해 왔으나 올해는 9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특별 전시한다.
태조어진은 전주 경기전에 1410년(태종 10) 처음 봉안됐으며 1872년(고종 9) 구본이 낡아 세초매안하고 새로 모사해 모셨다.
경기전 태조어진은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로 2012년에 국보 제317호로 승격됐다.
조선말에 모사됐으나 조선초의 초상화 기법을 담고 있으며 건국자의 어진으로 한국 초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동희 관장은 “태조어진 진본과 함께 다시 태어난 어진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을 전통 초상화 제작에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많은 관람 바란다”고 말했다.
박해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