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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지지지지(知止止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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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지지지지(知止止止)
  • 전민일보
  • 승인 2016.12.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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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지지(知止止止)란 ‘그칠 때를 스스로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 라는 뜻이다.

요샛말로 바꾸면 ‘까불지 말고 주제에 맞게 행동하다가 때를 맞춰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다친다.’ 라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고려 후기 때 명문장가이자 문신이었던 이규보는 “지지라는 말은 그칠 곳을 알아 그치는 것이다. 그치지 말아야 할 데서 그치면 지지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자신의 호를 지지헌(止止軒)이라 할 정도였다.

호랑이나 이무기, 멧돼지는 산속이나 늪 굴속에 있어야 지지다.

호랑이와 멧돼지가 산 속에 있지 않고 도심에 출몰하면 사람들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해치는 것은 필연한 일이다. 총에 맞아 사살될게 분명하다. 가끔 도심에 나타나는 멧돼지의 최후가 그렇지 않던가.

물론 동물이 지지를 알 턱이 없지만 이것도 지지를 모르고 있던 까닭이다.

지지(知止)는 노자의 도덕경 44장에 나온다.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고 오래 갈 수가 있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요행을 바란다. ‘이번만’, ‘한 번만’, ‘나만은’ 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다.

이미 도를 넘었는데 지금까지 아무일 없었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 방심하다가 큰 코를 다친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1:29:300법칙이라고도 하는데, 큰 대형사고가 한번 발생하기까지는 비슷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29건의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300건의 사소한 징조가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큰 사고는 우연히 일어나거나 어느 순간에 갑자기 발생 하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수차례 반복하여 발생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침을 아는 지지(知止)도 중요하지만 이를 바로 실행에 옮기는 지지(止止)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간혹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번만이라는 함정에 매몰되는 경우다. 그칠 수 있을 때 그쳐야 하지 나중에는 그치고 싶어도 그칠 수가 없게 된다.

특히 감투랍시고 알량한 자리에 오르거나 ‘장’자리 하나 맡겨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소위 목에 기브스하는 사람치고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정말 목불인견이다. 반면에 그쳐서는 안 될 때는 그쳐도 안 된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지지(止止)다.

강남 아줌마의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한 달 넘게 시끄럽다. 일명 최순실 게이트다.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관여하였고 그 재단을 사유화한 것이다.

또 그녀의 딸 정유라가 대학입학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을 포함하는 사건이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의 연속이다.

국격을 유린당한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고위공직자가 연루되었고 그들은 부역자 노릇을 했다. 그동안 쌓아온 공직자로서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망가지고 폐가망신하게 됐다.

21세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이게 현실이니 기가 찰 노릇아닌가.

급기야 11. 29일에는 박근혜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최순실 게이트도 그침을 알지 못해서 터진 것이다. 옛말에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라고 했다. 이 사건은 욕심의 끝을 보여줬다.

따라서 사람은 자리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즉 ‘내가 갈 자리인가. 앉아도 될 자리인가. 또 떠나야 할 자리에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나.’하고 말이다. 그걸 모르면 나중에는 추하게 쫓겨난다. 그것은 역사에서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분간하기가 참 쉽지가 않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결국 이 분간을 잘 알아채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항상 되 물어봐야 한다.

‘내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나만의 자리는 어디인가? 지금 서 있는 자리는 제자리인가?’하고 말이다. 그래서 지지지지(知止止止)를 항상 염두 해두고 살아야 한다.

이태현 전북도 토지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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