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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자리, 낮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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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자리, 낮은 자리?
  • 전민일보
  • 승인 2016.11.1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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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 어떤 손님이 찾아왔다. 안내를 받아 방에 앉은 손님은 주인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점심주문을 했다. 당황한 주인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음식점 문을 연 뒤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집은 좀 고급음식점이라 주문은 주인이 직접 받는 집이었다. 좀 믿기지 않은 점도 있지만 그런 사람도 있을 거라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그런 식당의 손님들은, 어지간하면 존댓말도 안 쓰며 하대하는 말로 주문하기 일쑤다. ‘차림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 가져와.’ 하거나 턱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인품에 감동한 주인은 그 손님이 주문한 음식보다 더 좋은 식단으로 대우했다는 이야기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는 사람 가운데 음식점에만 가면 종업원을 하인 대하듯 하는 이가 있다. 조금 높은 지위까지 오른 사람이라 그러는지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명령하듯 한다.

‘물수건 가져와!’ ‘손님 대우가 불친절하구만!’등이다. 듣고 있는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수건 좀 가져다주세요.’하면 얼마나 듣기 좋을까.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인격의 높고 낮음이 말에서 나온다. 그 사람의 말하는 품위를 보고 얼마나 수양을 한 사람인가를 판가름할 수 있다. 사람들은 상대의 품새를 보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 사회에도 높은 자리, 낮은 자리가 있는 것인가.

보도를 보면 모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심한 질책을 하며 2년 사이에 10명의 기사를 바꿨다는 이야기다.

난폭운전, 신호위반, 정한 시간에 도착 등을 매뉴얼로 정해주고 지키지 않으면 심한 모욕과 폭행까지 했다는 것이다. 누가 그런 사장을 모시고 싶을까. 아무리 대우가 좋다고 할지라도 목숨 걸고 운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종업원이라 하더라도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면서 일할 사람은 없을 게 아닌가?

또 한 검사는 부장검사의 심한 폭언과 폭행으로 고민하다 목숨을 버렸다. 한 두 번이 아니고 계속되는 폭언에 견디지 못했다. 숨겨져 버릴 번하다가 감찰 팀의 감사를 받아 세상에 알려졌다.

2년 5개월 동안 17차례의 비위행위를 한 것이 밝혀졌다. 후배검사 결혼식장에서 따로 술 마실 방을 못 구했다고 폭언을 하고, 예약한 식당과 메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 회식자리에서 질책하며 손바닥으로 등을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한다.

검사라 하면 어려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연수를 받아 성적이 우수한 사람만 자리를 차지한 엘리트다.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인 자리다. 그런 자리에 오른 사람도 상하관계에서 학대를 받았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것이 사회풍조인가 보다.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모든 사람이 상하 관계없이 인격체로 존경을 받는 세상이 되려는지 모르겠다.

교직에 있을 때 겪은 일이다. 어떤 교장은 인품이 원만하고 행동이 바람직하여 모든 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일이 잘 추진되었다. 다른 교장은 출세에만 눈이 멀어 직원들을 꾸지람으로 다루었다. 아침 조회마다 온갖 말로 나무라고 그 뒤에는 노래까지 부르라했다. 돌아서면 욕이나 했지 일이 잘되겠는가. 느낀 바 있어 내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는 아주 조심한 적이 있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심저(心底)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위세를 부린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월감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는데 그렇지 않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감추려고 거드름을 피운다는 게다. 어떻게 하여 높은 지위에 올랐으나 내가 좀 모자란다는 마음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을 숨기고 싶어 나타나는 태도다. 자신이 있고 우월한 품격의 소유자는 아랫사람을 하대하지 않는다. 항상 당당하고 늠름하며 남을 배려하고 여유가 있다. 웬만한 일에는 성질을 내지도 않고 너그럽다. 주위에는 따르는 사람이 많고 하는 일에는 자신감이 감돈다.

언제 어디서나 웃는 낯으로 대하고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은 사람의 기본 태도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므로 누가 높고 낮은 사람이 없다. 누구나 인권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떤 손님처럼 자기의 자세를 낮추고 남을 존경하며 살면 이 세상 모두가 편안해질 것 같다.

김길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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