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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일보
  • 승인 2016.11.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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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은 물뿐이 아니다. 주말인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100만 명(경찰추산 26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이 주장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거나 하야하라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사람이 모였지만 대부분 성숙한 시민정신을 발휘하여 집회를 평화스럽게 마무리하였다.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가 청와대를 덮쳤다.

맹자가 주장한 군주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군주가 바르면 나라가 안정되고 군주가 仁하고 의로우면 어느 누구도 어질고 의롭지 않은 자가 없다. 군주는 정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사사로우면 안 된다. 관료를 임명하거나 해임할 때 민의를 경청해야 한다. 군주를 바르게 하기 위해서 관료는 예로써 나아가고 의로써 물러나야 한다.”이 네 문장 속에 군주와 관료가 해야할 일이 잘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금 맨붕상태에 빠져 있다. 리더는 독선이나 아집, 사사로움을 멀리 하고 구성원 말을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요령(妖靈) 장단에 맞춰 막춤을 추다 나라를 거덜내고 말았다.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독단과 아집으로 일관했다. 여론이나 야당 주장은 물론 여당 말까지 잘 듣지 않았다. 자신이 임명한 각료나 수석과 국정을 논의하지 않고 사사로운 정에 얽힌 사람 꼭두각시놀음을 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독 불통이란 말이 따라다닌다.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왜 이런 말을 달고 살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철저하게 여론을 무시하고 한 아녀자와 국정을 논의했으니 나랏일이 사적영역에 묶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가 주변에 있는 참모들 역시 관료로서 지녀야 할 예와 의를 갖추지 못하고 나라를 함께 말아먹었다. 여당 대표는 일개 대통령 비서 급가치관을 가지고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忠犬역할을 하기에 급급하였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라 일컫는 수석은 국정을 농단하는 여자를 방조하고 거들었다. 민정수석이란 사람은 개인적인 비리 혐의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했다. 오히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간언한 경찰관은 자살하거나 파직을 당했다. 권력의 심장에 정의가 죽고 불의가 판을 쳤으니 나라꼴이 정상일리 없다. 1%가 기득권을 다 차지하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판에 99%에 해당하는 국민은 하루하루 먹고사느라 힘겹다.

이런 가운데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사람답게 사는 날이 오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대통령과 사적인 연으로 묶인 일개 아녀자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나라를 주물러 이른바 ‘순실 왕국’을 만들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문화, 체육 분야뿐만 아니라 흑심을 뻗치지 않는 곳이 하나 없다. 대통령은 아예 응원대장이 되어 기를 살려주었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가 아니다.

흐르는 것은 물뿐이 아니다. 청와대는 어린 아이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모인 100만 민심의 강물소리를 들어야 한다. 귀가 없는 북악산도 어제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똑똑하게 들었을 것이다. 누구든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 합당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보다 지도자는 이러한 책임감을 무겁게 져야 한다. 책임은 말로 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부족하여 오히려 의혹만 더 커졌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은 민심을 제대로 읽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검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어느 것 하나 숨기지 말고 다 파헤쳐야 한다. 이것이 민심이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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