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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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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당신
  • 전민일보
  • 승인 2016.10.2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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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이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연륜의 주름이 보이는 그녀는 젊은 여성이 아니고 50대 후반쯤 되어 보였다. '삶이 바닥부터 흔들릴 때'라는 제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책제목을 보고 나니 책을 들고 있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흔들려 보이는 듯도 했다. 책의 제목이 마음을 흔들기도 했지만 아직 읽어 본 적이 없는 책이었기에 검색을 해보았다. 어느 목사님이 쓴 신앙에세이였다. 그 책에는 삶을 일으켜 세우는 구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으리라. 삶을 영위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은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되니 바람이 분다는 것은 삶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지만 그 것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풍력발전기가 되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메시지를 부여해주리라....

이렇듯 아침 출근길에 만난 그녀는 책 한권을 손에 들고 걸어간 것만으로도 그 책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와 위안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았다.

또 하나 '독서하는 여인의 그림'을 관람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떠오른다. 휴가철에 땅끝 해남에 들러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를 돌아보다가 유적 전시관에서 윤선도의 후손이 그린 민속화 몇 점을 관람했다. 윤덕희의 '독서하는 여인'이라는 그림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조선 시대의 여인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속의 여인은 노안이 와서 시력이 좋지 않은 지 책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한 자 한자 짚어가며 책을 읽고 있다. 여인이 읽고 있는 책은 조선후기 한글 소설인 숙향전이라고 하는데, '영웅의 일생'의 구조에 따라 여성의 수난을 그리면서, 애정 성취의 욕구와 같은 여성의 관심사를 다루어 조선시대 여인들이 정성껏 필사하여 돌려보던 책이라고 한다.

그동안 '독서하는 여인' 이라고 표제가 붙은 그림에 대해서는 마티스, 모네, 르노와르 등의 프랑스 인상파 화가가 그린 외국 작품만 알고 있었던 내게 우리나라의 풍속도에서 '독서하는 여인'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박하고 단아한 머리맵시에 평상복인 한복을 입고 책을 읽고 있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여인! 그녀는 참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서하는 여인'들은 책을 읽으면서 꿈을 꾸고 이상향을 여행하며 삶의 역경을 헤쳐 나갔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만난 책을 손에 들고 걷고 있던 여인과 윤덕희의 그림 '독서하는 여인'을 연상하고 있던 중 대학시절의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났다. 등하교길에 대학 전공책외에도 시집과 타임지(TIME)를 포켓에 넣거나 손에 들고 다닌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외신은 인터넷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지만 30여년전 그 시절은 타임지의 기사 등에서나 국제정세를 알 수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담당 교수님의 눈에 띄였나보다. 연구실로 부르시더니 영어 원서로 된 전공 서적 한권을 방학 동안에 번역하라는 과제를 주셨다. 아마도 타임지를 들고 다니며 눈요기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며 영문 독해를 제법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오해를 하신 것이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겨울방학 동안에 영문 원서 한권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개강 무렵 번역서를 출간하게 되었다. 대학로 찻집에서 학우들과 함께 다과를 곁들인 출판기념회도 교수님이 마련해주셨다. 외출할 때 손에 책을 들고 다녔던 스물세 살 때의 일이었다. 정말 우연하게도 그 후 스물 세해 째가 된 어느 날, 인터넷 블로그 안부게시판에서 교수님의 안부 인사 글을 받았다.

연구소 직원을 통해 자네의 안부를 듣고서 내심 흐뭇한 마음에 하루가 즐거웠다네.자네가 번역했던 책은 여전히 연구실 책장에 자리를 하고 있네. 다시 보니 그때 생각도 나고해서 사진을 찍어 올려보네. 늘 건강하고 아름답게 지내길 바라네.

책을 손에 들고 다녔던 일로 인하여 교수님의 눈에 띄여 영문원서를 번역하며 깊이 있게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학창시절에 출간의 기회를 가져보았으니 책이 가져다 준 매우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H 출판사의 L 대표는 독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독서 캠페인은 출판사 마케팅의 한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손에 책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자는 것이다.

'독서하는 당신이 아름답다!'

소현숙 전라북도 여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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